글 : 홍상화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라고 진성호는 사우나실에서 땀을 흘리면서 생각을 계속했다.

매일 저녁 주석에서 폭탄주 열 잔 정도를 마신다는,그가 아는 실세 정치인은 건강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궁금해졌기 때문이었다.

타고난 건강과 두주불사의 호걸형이라는 이미지를 과시하는 그였지만 누구 못지않게 실속은 실속대로 챙기고 있다는 사실을 진성호는 알고 있었다.

그 실세 정치인의 조카이면서 비서역을 하는 친구의 말이 상기되었다.

"내 주업무가 뭔 줄 알아? 그분을 위해 보약을 대는 거야.한 달에 5백만 원 정도는 있어야 해.국내 방방곡곡에서 나는 보약은 물론 외국에서 오는 보약을 확보해야 하지"

그 말을 미끼로 그 실세 정치인의 조카는 사업하는 친구들에게서 매달 돈을 뜯어내는데 이력이 나 있었다.

그러면 보약값을 대준 대가는?

진성호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반년에 한 번씩 실세 정치인과 저녁자리를 같이하는 것이 대가의 전부였다.

또다른 대가는 아마도 보약을 과용한 덕택으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홍조를 띠고 있는 실세 정치인의 안색을 대하는 것이었다.

진성호는 자신과 좀 떨어져 앉아 있는 황무석에게 힐끔 시선을 보냈다.

중요한 부분을 타월로 가린 황무석의 상체는 자신보다 20년이나 위인 57세의 나이로는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해 보였다.

"이정숙 교수님의 사고 경위를 수사기관에 있는 친구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황무석이 말했다.

사우나실 내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으므로 진성호는 황무석에게 얘기하기를 재촉하는 시선을 보냈다.

자동차 사고가 났다는 얘기만 전화로 연락받았지 사고 경위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었기 때문이었다.

"스위스그랜드 호텔 주차장에서 이정숙 교수님이 어떤 차에 치였습니다. 호텔 주차장에서 이 교수님의 차가 오늘 아침 발견되었습니다. 사고 흔적도 그곳에서 발견되었고요"

"그래서요?"

"사고 운전수가 이 교수님을 싣고 한참 동안 배회하다가 벽제에 있는 교회에 이 교수님을 내려놓고 119에 신고를 했다고 합니다"

"확실한 우발사고인가요?"

"그건 틀림없습니다. 사고를 내고는 겁이 나 당황한 김에 금방 신고하거나 병원으로 가지 않고 배회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합니다"

그들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황무석이 무슨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무는 듯했다.

진성호가 그에게 시선을 주었다.

"수사기관에서 가해자의 신원을 확인한다는 목적으로 혹시나 해서 사고 발생 당시 투숙객에 대해 조사를 했답니다..."

"그래서요?"

진성호가 머뭇거리는 황무석에게 재촉하듯 말했다.

"그 당시...그 당시...투숙객 중에는 정동현이라는 텔레비전 토크쇼 사회자가 혼자 투숙하고 있었답니다"

"사고가 몇시쯤 일어났지요?"

진성호가 긴장하는 빛을 띄우며 말했다.

"저녁 9시경이라고 합니다"

진성호가 속에서 나오는 신음소리를 억지로 삼켰다.

숨이 가빠와 더이상 사우나실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