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벌써 한달째 하루 세시간씩만 자며 강행군을 하고 있다.

"관치금융 철폐"를 외치며 파업 전열을 독려하느라 자신의 표현대로라면 "뱃고동 소리"같았던 목소리가 어느새 쇳소리로 바뀌고 말았다.

덕수상고 3학년때인 1973년,지금은 한빛은행이 돼버린 상업은행에 입사했다.

80년 상업은행 노조의 분회 대의원에 뽑혔을 때만해도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열심히 한다고 했을 뿐이었다.

86년 상업은행노조위원장으로,88년 금융노조 시중은행협의회 의장에 선출되고 난 후부터 노동운동을 평생의 업으로 받아 들였다.

96년말부터 97년 초까지 "날치기 노동법"저지 투쟁 때 한국노총 상황실장이었고,99년부터 금융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다.

20년 노조 생활에 이번까지 포함해 6번 삭발을 했다.

투쟁 때마다 면도를 하지 않는 버릇이 있어 수염이 덥수룩하다.

인생관에 대해서는 "지네처럼 살고 싶다"고 말한다.

성현의 말씀도 고전의 한 구절도 아니다.

10년 전 모 방송국 동물 프로그램에 나온 지네를 보고 갖게된 생각이다.

알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움직이고 잠 잘때도 움직이고 죽어서야 움직임을 멈추는 지네처럼 항상 "행동"하고 싶다고.

금융파업을 진두지휘 하면서 수만 노조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정부와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큰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

53년 뱀띠생으로 1남1녀의 아버지이자 체념 단계를 지나 이제는 지아비를 이해해주는 한 여자의 남편이다.

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가끔 "아버지 하시는 일이 옳다고 생각해요.
더운데 몸 조심하세요"라는 핸드폰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가장 힘이 난단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