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조세회피( tax-haven )지역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금융안정포럼(FSF)차원에서 규제방안이 논의됐다.

21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릴 주요 8개국(G8)정상회담에서는 구체적인 감독방안이 모색될 예정이다.

조세회피지역은 역외금융센터의 일종으로 비거주자가 외화표시 금융업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와 조세감면 등과 같은 특혜가 제공되는 곳이다.

현재 세계 3대 조세회피지역으로는 카리브해 연안지역,말레이시아 북동부,아일랜드를 꼽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인접지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들 지역의 자금공급은 돈세탁 명목으로 들어오는 각종 리베이트성 자금(특히 군수물자관련)과 정치자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물론 마약과 같은 불법자금도 없어서는 안될 자금이다.

최근 들어서는 대외신용 유지차원에서 개도국 기업들의 변칙성 외화거래 창구로도 자주 이용되고 있다.

지역과 거래되는 자금의 특성상 정확한 규모 파악은 어려우나 조세회피지역을 통한 금융거래 규모는 전세계 금융거래 규모의 최대 25%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만큼 국제금융감시망으로부터 벗어난 지역이 확산되고 있고 세계적으로 지하경제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음을 시사해 준다고 볼 수 있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국제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돼 왔으나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기구가 주도,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규제방안일수록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국지적인 금융안정망이 강조되는 것도 이런 시각에서 보면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국제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IMF와 같은 국제기구들이 제 역할을 찾기 위해서는 조세회피지역을 국제금융감시망에 편입시키야 한다.

그동안 OECD와 FSF 차원에서 다양한 규제방안이 논의돼 왔으나 이 지역과의 정보교류를 차단한다든가,금융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지극히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조세회피지역을 규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은 이들 지역에서 거래되는 금융거래에도 세금을 올리는 방안이다.

즉 모든 금융거래에 부과되는 세율을 전세계적으로 평준화시키는 방안이다.

21일 열릴 G8 정상회담에서도 이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세금을 부과할 경우 조세회피국가의 고유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오히려 섣불리 규제하다간 이 지역에서 거래되는 자금의 성격상 통화가 급속히 퇴장( hoarding )되면서 국제신용 경색현상과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이런 조세회피지역이 인터넷 공간상으로 이동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일부 대형 금융기관들까지 연루되면서 인터넷을 통한 돈세탁 규모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클린턴 행정부는 "돈세탁과의 전쟁"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면서 포괄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미 미국 재무부내에는 온라인상의 불법자금 송금방지를 위한 "금융범죄 대책위원회"를 설치했다.

최근에는 <>금융범죄 다발지역에 대한 단속강화 <>돈세탁 수사관대상 교육강화 <>국제적인 돈세탁 방지를 위한 지원확대를 골자로 한 "2000년 국가돈세탁 대책반"을 마련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그동안 우리는 조세회피지역에서 무시할 수 없는 고객으로 대접을 받아왔다.

특히 리베이트성 자금들의 돈세탁 창구로 자주 거론됐었다.

최근 들어서는 말레이시아,아일랜드를 통한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나 국내기업들의 "변칙성 외자도입"이 문제가 되고 있다.

내년에는 개인의 외화거래까지 완전 자유화되는 "제2단계 외화자유화 계획"이 실시된다.

인터넷의 활용속도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결코 조세회피지역의 안정지대가 아님을 감안할 때 돈세탁 방지를 위한 관련 금융망이나 외화감시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