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규 < 경찰청 특수수사과.총경 >

얼마전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에서 김강자 종암경찰서장은 "윤락과의 전쟁"을 벌인 적이 있다.

그런데 일부 경찰이 그 와중에 업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뉴스를 듣고 매우 울적했다.

경찰에 대한 사회적 불신감이 깊어질 것을 우려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강자 서장이 윤락과의 전쟁을 벌이는 동안 "참다운 경찰상"으로 언론에 비쳐질 때는 "하늘을 나는 듯한"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내 잘못된 모습이 알려졌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하지만 사실이라면 경찰관의 한 사람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용서를 구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 모든 경찰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보지 말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대부분의 경찰들은 어려운 근무 여건속에서도 각자 맡은바 직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제에 경찰을 살펴보면 사기가 상당히 저하되어 있다.

국가 기강확립과 부정부패 척결 차원에서 경찰의 사기 진작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사기저하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하나는 공권력의 약화에 따른 결과고, 다른 하나는 경찰관에 대한 처우가 불공정하다고 할 만큼 약하기 때문이다.

공권력의 약화를 나타내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우리나라엔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고 그 위에 "떼법"이 있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데도 국민정서라는 이름으로 여론 재판을 하여 죄인을 만드는가 하면, 아무리 옳지 않은 것도 무리를 지어 시위를 하고 떼를 쓰면 수용되는 현실을 비꼬아 하는 말이다.

이익 집단들이 파출소에 돌을 던져 건물을 부수고 심지어 경찰관을 폭행하는 경우도 있다.

법질서를 집행하는 경찰로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다.

이렇게 공권력을 상대로 한 폭력행위가 이른바 "국민정서법"으로 통용된 것은 아마도 일제시대 때 순사들을 상대로 싸우는 것이 오히려 영웅시되던 우리의 아픈 역사 탓으로 본다.

그러나 지금은 엄연히 민주 법치국가다.

과거의 행동이 되풀이 되어선 안된다.

둘째 경찰관 빈약한 처우문제다.

경찰은 낮과 밤이 따로 없는 24시간 근무체제다.

휴일 명절 비상근무 등으로 다른 직종에 비해 노동강도가 매우 높다.

그래서 명절때면 본의 아니게 조상들께 "불효"를 저지르고 또 휴일에는 "나쁜 아빠"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일반직에 비해 봉급수준은 낮다.

비슷한 직급의 군인보다 7~10%, 공안직보다 3~5% 낮다.

군인들은 주택수당이 있다.

그러나 잦은 전보와 지방 근무가 많은 경찰관엔 이 수당이 없다.

일본의 경우는 일반직보다 오히려 8~10%가 높은 실정이다.

5년간 동결되어 있는 외근형사 활동비는 하루 평균 6천7백~8천원으로 교통비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래서 수사활동중 차량 유지비용, 야식비 등은 사비로 지출하는 실정이다.

실예로 대구북부서 4인조 강도사건때 수사요원 11명이 10일간 투입돼 모두 5백82만원의 수사비를 썼음에도 나온 돈은 불과 1백60만원이었다.

최근 4년간 범죄 1건당 평균 수사비는 2만5천원이다.

이러한 현실이 자칫 정확하고 공정한 수사를 그르치지 않을지 우려된다.

싱가포르는 1970년대 리콴유 수상이 경찰 봉급을 대폭 인상, 경찰을 통해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세계 제일의 질서국가"를 이룩한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경찰에 대한 예산은 질서유지를 위한 투자며 행정의 사회간접자본(SOC)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세계 10대 교역국이다.

몇년전엔 이른바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이 됐다.

그러나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원칙이 지켜지고, 공정하며 질서가 있는 국가여야 한다.

이를 위해 경찰의 개혁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경찰에 대한 사회적 시각과 대우도 이에 합당하게 재조정돼야 한다.

아무쪼록 우리 경찰의 사기가 높아져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경찰활동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