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계에 "신무협"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신무협은 정통무협에 SF나 코믹을 가미한 새로운 장르.선악이 분명하고 의로움을 최고로 치는 정통무협의 틀을 과감히 뒤흔든다.

9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존재를 알린 신무협은 이제 정통무협이나 순정같은 기존 강호와 당당히 어깨를 겨룰 기세다.

코믹무협인 "열혈강호"나 "용비불패"가 무협의 연장선상에 있다면 임광묵의 "교무의원"이나 권가야의 "남자이야기"는 보다 파격적인 공상무협물로 주목받고 있다.

"교무의원"(도서출판 대원)은 SF와 무협을 교배시켜 탄생한 새로운 종이다.

인간과 귀신이 혈투를 벌이고 미래의 괴물과 과거의 영혼이 뒤엉켜 싸운다.

선이 강하고 동세가 강한 기존 무협물과는 달리 움직임이 부드러운 독특한 그림체가 특징.국내 만화광들에게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고 5월부터는 일본 잡지 "빔"에도 연재되고 있다.

대원의 오태엽 팀장은 "한국 작품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책장을 넘기는 우리 방식대로 일본 잡지에 실리기는 처음"이라며 "한국만화가 본격적인 "작품"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가야의 "남자이야기"(서울문화사)도 예사롭지 않은 내공을 과시한다.

"21세기형 아방가르드 장편 무협 극화"라는 작가의 말대로 작품은 무협과 공상과학물의 경계를 자유로 넘나든다.

미래를 배경으로 모든 것이 무화된 후 세력다툼을 벌이는 남자들의 혈전이 큰 줄거리.장대한 스케일과 과감한 장면전개에 녹여낸 세련된 폭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협의 본고장 홍콩에서도 신무협 바람이 거세다.

홍콩에서는 "홍콩의 이현세"격인 인기 만화가 황옥랑이 99년 공상과학과 무협을 결합시킨 "신병현기"를 선보이면서 신무협의 서막을 열었다.

"신병현기"는 이름에 "천"자가 들어있는 이가 신비의 칼 "호백"을 차지한다는 전설에 따라 "호백"을 둘러싼 무림세가간의 혈투를 그려나간다.

신화에 나올법한 반인반수의 악당무리나 핵폭발의 위력에 버금가는 칼의 괴력등이 환상적이다.

국내에는 현재 11권(서울플래닝)까지 나와있다.

이밖에도 온일랑의 "천살광도""대검사",사도검교 "천인",허경침 "천행무자"등도 신무협 대열에 서 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