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묘 돌담길.

키 큰 나무 가지들이 담장 밖까지 뻗어있다.

울창한 숲을 타고 넘어오는 바람과 진한 나무 향기가 더위를 식혀준다.

종로 3가 대로변에서 불과 1백여m.

그런데도 이곳은 정적이 흐를 만큼 고즈넉하다.

좁은 길 중간쯤에 있는 아담한 3층 건물에 있는 신우쥬얼리.

지하로 내려가면 20여명이 숨소리조차 죽여가며 작업에 몰두한다.

어깨를 맞댈 정도로 좁은 공간.

나무 책상위에 등을 켜놓고 쉴새없이 손을 놀리면서 만드는 것은 금반지와 목걸이 팔찌.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지만 만드는 과정은 결코 간단치 않다.

우선 손이나 컴퓨터로 디자인한 뒤 은으로 견본을 만든다.

생고무 두개를 위아래로 덮어서 굽는다.

빵처럼 익은 고무를 예리한 칼로 쪼개 은을 꺼낸 뒤 속을 파라핀으로 채운다.

파라핀을 다듬은 뒤 죽처럼 묽은 석고를 씌우면 틀이 형성된다.

작은 쌀통만한 전기로에 넣으면 파라핀은 눈녹듯 사라진다.

금물을 석고안의 공간에 부어 반지 형상을 만든다.

지하로 갖고 내려와 표면을 가공한다.

각이 지게 할 때는 나무판으로 문지르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게 할 때는 가죽으로 비빈다.

완제품이 나올 때까지 거치는 공정은 20여가지.

대부분 수작업이다.

한가지 제품이 완성될 때까지 수천번의 손이 간다.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3일,길게는 한달.

이들의 손끝에서 다듬어지는 정교한 금제품은 달러를 벌어들인다.

미국 일본 홍콩 중동으로 수출된다.

신우쥬얼리가 내보낸 것만 해도 지난해 5백만달러.

올해는 7백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 전체로는 금년중 약 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금은 부귀영화의 상징.

동서고금을 떠나 인간을 유혹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금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고등학교때부터 일해 11년째인 이효준 씨는 표면가공 분야의 달인이 됐다.

귀가 어두운 그는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이 떨어지는지도 모르는 채 작업에 몰두한다.

박인성 씨는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줄로 다듬는다.

종로 3가 일대의 귀금속 가공업체는 수백개.

이곳에는 이들처럼 신체가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학벌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정작 이들은 자신이 만드는 금팔찌나 목걸이를 할 형편이 못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 흘리는 땀방울은 금보다 아름답고 귀하지 않을까.

< 김낙훈 기자 n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