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금융노련이 오는 11일 파업 실행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강행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사회는 최근 의사들의 폐업소동으로 "의료대란"을 겪는 등 집단이기주의로 인해 큰 곤욕을 치루고 있는데 이번에 다시 "금융대란"까지 겪게 된다면 사회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이번 금융파업은 시급한 금융구조조정을 지체시키고 우리경제의 대외신인도를 크게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더욱 걱정이다.

물론 파업과 같은 극한행동까지 고려하게 된 은행원들의 딱한 처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이미 수만명의 은행원들이 직장을 잃었는데도 은행경영이 여전히 어려운 나머지 또한차례 통폐합을 눈앞에 둔 은행원들이 느끼는 고용불안과 좌절감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금융구조조정에 대해 원칙없이 우왕좌왕한 금융당국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금융불안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금융구조조정을 늦출 수는 없는 일이다.

구조조정을 재촉하는 여론도 여론이지만 이번 기회에 금융부실을 확실히 정리하지 못하고 시간을 끌다가는 부실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등 엄청난 댓가를 치뤄야 하기 때문이다.

냉정히 따지면 금융구조조정은 금융노련이 찬반여부를 물을 대상도 아니다.

따라서 금융부실 처리방안과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등은 신속하게 처리돼야 한다.

일단 금융구조조정의 기본 틀이 짜여지면 통합대상 선정이나 축소기준 마련 등 세부적인 작업은 금융당국과 해당은행들이 협의해서 결정하면 된다.

이때 가능한 한 금융시장과 고용안정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통합대상이나 시기를 조정할 수도 있다.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이 밝힌대로 지난달말 노사정위원회에서 정부와 은행 그리고 노조간의 효율적인 대화를 위해 결성하기로 합의한 협의체가 바로 이같은 일을 수행해줘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금융노조는 지금이라도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리고 하나은행과 한미은행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고 신한은행과 제일은행이 파업찬반투표를 6일로 연기하는 등 은행마다 사정이 다른데도 일률적으로 파업참여를 강요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총파업으로 인한 "금융대란"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신용경색으로 인해 멀쩡한 기업들조차 자금난을 겪고 있는 마당에 총파업까지 겹친다면 자칫 흑자도산 또는 연쇄도산과 같은 엄청난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