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환경변화에 대처하는 제도적 장치로 추진중인 금융지주회사법이 금융노조 파업의 명분이 되고 있다.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을 금융지주회사로 묶고 기능별로 재편한다는 방침이 노조에 심각한 고용불안으로 다가온 것이다.

<> 정부가 오해불렀다 =상황이 악화된데는 정부가 지난 5월께부터 은행합병을 압박하면서 "금융지주회사=합병=대량 감원"이라는 인식을 심어 놓은데 원인이 있음을 부인키 어렵다.

정부는 2차 은행합병과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을 동시에 추진해 마치 구조조정의 목표와 수단인양 각인시키는 전략상 오류를 범했다.

이로 인해 금융감독위원회는 최근 여당과의 당정협의 때 "제도 취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섣불리 은행구조조정과 연계시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의원들의 질책을 받기도 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뒤늦게 "강제 합병이나 은행이 원하지 않는 금융지주회사 편입은 없다"며 노조 달래기에 발벗고 나섰다.

이헌재 재경부 장관은 금융지주회사는 은행 구조조정의 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 노조의 반응은 한마디로 "못믿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여온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짙게 깔려 있다.

금융회사들의 자율을 보장하지 않는 관치금융이 청산되지 않는 한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은 꼼짝없이 지주회사로 묶여 감원을 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노조는 정부의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안을 강제합병을 위한 졸속입법으로 규정하고 철회를 주장한다.

또 2~3년안에 강제합병이 없다는 대통령의 대 국민선언까지 요구하고 있다.

관치금융 철폐, 낙하산 인사금지, 은행합병 인수 매각시 노조와 협의 등 모두 6개항을 요구했다.

은행 임직원수는 최근 2년새 3만9천2백50명(34.4%)이나 줄었다.

97년말 26개 은행에서 1만5천명이던 계약직(용역직원)은 작년말 은행수는 17개로 줄었는데 2만명을 넘어섰다.

3명중 1명꼴로 은행을 떠났고 상당수는 계약직으로 대체돼 더이상 고용조정을 감내할 수 없다는게 노조의 입장이다.

<> 금융지주회사는 ''핵우산'' =쟁점이 된 금융지주회사법은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마땅히 필요하다는게 금융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세계 금융산업은 금융지주회사를 수단으로 겸업화 전문화 대형화되는 추세이다.

영국 독일 등 유럽은 물론 미국과 일본도 끝내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수용했다.

그러나 국내 제도는 여전히 금융회사들에 "각개전투"만 허용하고 있어 후진성을 면치 못한다.

정부는 금융지주회사법이 "제도적 수단"을 확보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애써 강조한다.

하지만 정부의 속내엔 하반기 은행간 자금이동이 본격화되면 부실은행이 과연 버틸수 있겠느냐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이용근 금감위원장은 그런 점에서 금융지주회사가 "핵우산"이 될 수 있다고 비유했다.

문제는 현 단계에서 은행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은행장이든 노조든 부실만 털어내면 클린뱅크로 얼마든지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