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만 < 에스원 대표 secombai@samsung.co.kr >

지난 주말 골프모임에서 한 동반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지나온 홀을 돌아보면 앞에서 볼 때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거기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뒤를 돌아보니 앞에서 본 풍경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 뒤편에도 저런 아름다움이 서려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기업(企業)이라는 한자는 "사람(人)이 잠시 서서(止) 업(業)을 보는 것"이라는 해설을 들은 적이 있다.

숨가쁘게 달리다보면 달려온 뒤를 볼 겨를도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잠시 멈춰서 지나온 길에 대해 반성해보고 또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생각해보는 여유가 우리네 삶에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옛 선배들이 들려준 이야기에 "지나온 뱃길이 앞의 항로를 만들어 주지 못한다"는 얘기도 있다.

그때는 모범답안으로 생각하고 살아왔으나 최근에는 그것이 과거식 사고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됐다.

그러나 현재(present)라는 선물(present)이 있는 한 인생은 고귀하다.

젊음은 나이에 있는 것이 아니고 마음에 있다는 것이 용기가 된다.

사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큰 자랑거리며 힘이 되는 것이다.

물론 어떻게 살아왔느냐가 문제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주위를 둘러보게 되고 또 경륜이 쌓여 실수의 확률도 줄어들게 되어 지내온 시간을 "훈장"으로 달고 있는 것이니까.

레이건이 84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했을 때 상대후보 먼데일과 TV토론을 벌였다.

당시 먼데일이 레이건에게 "대통령하시기에는 지나치게 나이가 많다"는 지적을 하자 레이건은 "나는 상대후보가 나이가 어려 경험이 미숙하고 위험한 판단을 내릴 수 있어 국정수행에 적당치 않다는 선거운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해 지지율을 바꾸어 놓은 사례가 있다.

그것은 경륜이 가져다 주는 여유의 승리였다고 생각된다.

나이를 먹어도 부끄럽지 않고,남은 기간이 짧아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믿음이 자신의 젊음을 지키는 비결이며 인생을 값지게 할 수 있는 기회다.

내가 남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이 지나온 길을 가끔은 돌아보아야하며 가야할 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경영인으로서 우리회사의 종업원과 협력업체 그리고 고객과 주주를 위해 잠시 멈춰서 지나온 길에서 고쳐야할 것이 무엇인지,어떤 것이 올바른 길인지 가끔은 뒤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