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금기가 돼왔던 일본의 대중문화를 두차례에 걸쳐 개방해 양국간의 빗장을 푼지도 3년이 다 돼가지만 지금도 일본문화개방에 대한 한국인의 의식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정부가 지난 3월 용역을 주어 실시한 설문조사결과를 보면 조사대상 1천명 가운데 일본대중문화 개방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64%나 되지만 모르고 있다는 응답도 36%에 이른다.

연령별로 10~40대에 비해 50대이후는 상대적으로 모르고 있다는 답이 많았다.

한편 일본대중문화 개방의 긍정적 측면으로는 다양한 문화접촉의 기회를 들었고 부정적 측면으로는 저질 퇴폐문화의 확산을 첫번째로 꼽았다.

일본 대중문화개방이 한국문화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긍정적 40%,부정적 48%로 나타나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여론조사라는 것을 어느정도 믿어야할 것인지는 모르지만 한국인의 일본문화개방에 대한 의식은 이 정도다.

정부가 어제 발표한 일본대중문화 3차개방 방침은 우선 대중문화 전부문을 허용하고 있다는데 놀라게 된다.

이미 제한적으로 개방했던 영화 비디오 대중가요공연의 개방폭 확대도 그렇지만 부작용을 예상해 뒤로 미뤘던 극장용 애니메이션 음반 게임 방송의 허용은 제한적이라고는 해도 완전개방이나 다를것이 없다.

두차례 개방이후 그 여파가 심각하지 않았고 일본문화에 대한 국민의식도 성숙했다는 우리 정부의 지나친 자신감과 성급함의 표현같다는 생각이 들어 걱정이 앞선다.

앞서 예로 든 국민의식조사는 얼마나 참고가 됐는지 의심스럽다.

어느나라든 문화란 대들보에 묶어둘 성질의 것은 아니다.

한국인은 일본문화를 수용해 소화해낼 능력도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음반 게임 방송등 일본의 자본과 기술로 무장된 본격적 대중문화상품의 폭발적 위력이다.

우리 청소년들의 처지로는 무차별 공격을 당할 판이다.

한국문화상품의 일본진출은 차치하고라도 본격적으로 밀려들 폭력적 선정적 각종 영상물들을 걸러낼 법이나 제도의 정비부터 다시 서둘러야 할 때다.

지금의 영상물등급위원회 등은 인적구성이나 조직이 너무 허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