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개의 염기순서와 복잡한 유전자구성을 고려하면 "휴먼게놈프로젝트"는 사람을 달에 보냈던 우주여행처럼 "원대"하고 한편으론 원자를 쪼개어낸 실험같이 "정교"하다.

각국 대학들과 연구기관들로 이루어진 컨소시엄은 이 과제를 2년이나 앞당겨 끝냈다.

여기엔 컨소시엄에 비해 8년이나 늦게 시작했으면서도 혁신적인 기술로 이들을 따라잡은 셀레라의 공헌이 크다.

두 집단 사이에는 게놈 계획이 시작될 때부터 의견 차이가 많았다.

올해는 사람의 게놈 초안 발표에 대한 주도권과 정보를 방출하는 방법 때문에 더욱 심화되고 표면화됐다.

셀레라는 99%의 게놈을 결정했지만 이를 연결해야할 숙제가 남았다.

컨소시엄은 90% 게놈을 결정해 현재 20%가량을 연결한 상태다.

나머지도 지도를 이용해 비교적 쉽게 연결할 수 있다.

셀레라는 사람 게놈의 염기순서를 이용하려는 회사나 학교 연구소들로부터 사용료를 받으려고 했다.

컨소시엄에서는 염기순서를 읽고 각 조각들을 연결하는 대로 매일 데이터베이스에 방출,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이 이 컨소시엄과 셀레라와 함께 공동으로 발표한 내용은 과학적인 의미보다는 정치적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

이들이 게놈에 대한 공동발표를 했지만 달라질 것은 별로 없다.

게놈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는 날짜가 앞당겨지거나,숨겨놓았던 염기순서를 발표하거나,몰랐던 유전자들을 현저하게 많이 찾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번 발표는 그동안 사기업과 공공연구단체 사이에 곱지 않았던 경쟁을 좋은 결과로 끝마치려고 노력한 결과다.

셀레라와 컨소시엄은 사람의 게놈 경주에서 공동우승했다.

셀레라는 회사의 능력이 탁월하다는 사실을 증명하여,회사에서 개발한 데이터와 데이터를 분석할 프로그램을 상품화하는데 유리하게 됐다.

국민의 세금을 이용하는 컨소시엄은 계속 정부로부터 연구자금을 받아 각 유전자들에 대한 연구를 게놈 단위로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각국에서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여전히 무료로 게놈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게놈의 염기순서를 결정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게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분석하려면 십년 이상 걸릴 것이다.

이미 유방암 직장암 백혈병 고혈압 전립선암 당뇨병 치매 에이즈에 대한 저항성 등 외에도 많은 유전병과 관련된 유전자들을 찾아냈다.

그러나 이런 병들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어떻게 유전병들이 일어나도록 하는지 아직 연구할 숙제로 남아있다.

잘못된 유전자 하나와 유전병이 1대1로 연관되어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이면엔 아주 많은 유전자들이 관련돼 있다.

수많은 유전자들의 기능이 그물처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많은 유전자와 유전병의 관계를 위해서 DNA칩과 단백질칩이 개발돼 일반적으로 이용될 것이다.

과학자들은 개인들 간에 있는 염기의 다양성 때문에 병에 걸리는 경향이나 치료약에 대한 효과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학 연구소들과 바이오 회사들은 개인들간에 있는 유전자의 다양성을 찾고 있다.

그런데 개인간에는 유전적으로 0.1%정도 차이가 있으며 대부분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5~7년 동안 개인간에 나타나는 염기순서의 차이를 찾고 유전병의 원인이 되는 염기의 변화들을 밝히려 할 것이다.

이런 연구결과가 쌓이면 유전병에 대한 원인을 분자수준에서 이해하고 또 같은 병일지라도 각 환자에게 맞는 맞춤 처방이 가능하게 된다.

10년 정도 후에는 유전자를 검사하여 유전병을 진단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15~20년 후에는 유전자나 단백질을 목표로 만든 치료약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다.

또 육체나 심리적인 질병뿐 아니라,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반드시 나타나는 현상들을 이해하고 예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영원히 살고 싶어했던" 진시황제의 꿈은 아니더라도 "인생을 젊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하는"인류의 꿈이 현대 과학에 의해서 성취될 것이다.

게놈은 이런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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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

<>서울대 생물교육학과
<>서울대 생물학 석사
<>인디애나대 생물학 박사
<>스탠포드대 박사후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