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변화의 시기다.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는 기술, 수시로 바뀌는 유행, 날마다 쏟아지는 신상품 속에서 소비자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은 21세기 환경 변화를 주도하는 대표적 원동력이라는 사실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인터넷 환경속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마케팅 키워드는 프로슈머로서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이다.

전통적인 대중매체들은 기업이 생산한 상품이나 정보를 일방적으로 수용만 하도록 해 수동적 소비자를 양산해 왔다.

반면 인터넷은 쌍방형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케 한다.

그 영향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능동적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스타크래프트 같은 네트워크 게임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게임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스스로 팀을 구성하고 작전 계획을 수립하는 등 자신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게 해준다는 특성 때문이다.

이제 소비자는 이미 만들어진 상품을 있는 그대로 소비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상품을 소비하는 과정 자체에 소비자의 취향이 자연스럽게 반영될 수 있도록 생산과 소비가 결합된 상품을 원한다.

좋아하는 노래를 소비자가 직접 부를 수 있도록 배려한 노래방, 한 단계 더 나가 노래를 부를 때 소비하는 칼로리가 표시되기 때문에 살을 빼기 원하는 남녀가 더 열심히 노래하도록 하는 다이어트 가라오케, 증명사진과 달리 다양한 이미지 연출이 가능한 스티커 사진기, 애니메이션 속에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등장인물의 의상이나 캐릭터를 직접 입고 흉내내도록 해주는 코스프레 등은 모두 생산과 소비를 결합시켜 성공한 히트상품이다.

DIY 가구는 대표적인 프로슈머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큰 호응을 못 얻고 있다.

가격이 완제품과 비교했을 때 별로 싸지 않고 가구를 조립할 수 있는 공구를 갖춘 가정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교통 수단의 발달, 탈 냉전, 해외여행 활성화 등에 힘입어 세계화를 가속화하는 핵심 도구이다.

세계화 추세 속에서 각광받는 현상은 잡종, 변종 등을 뜻하는 하이브리드이다.

하이브리드 상품이란 새롭게 접하게 된 다양한 문물이 기존에 있던 문물과 결합되면서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고 태어난 상품을 뜻한다.

퓨전푸드는 그 대표적인 예다.

외국과 한국식 식품을 결합한 불고기 버거나 라이스버거는 롯데리아에서 가장 잘 팔리는 메뉴중 하나다.

최근에 개봉됐던 일본 영화 "사무라이 픽션"은 비장감이 감도는 중요 순간마다 서양의 록음악을 삽입해 신선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영국에서 공연된 연극에서는 흑인 로미오와 백인 줄리엣을 등장시켜 인종 갈등 문제를 더욱 극적으로 표현했다.

국경과 편견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특정 한 분야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날 물로 보지마"라고 외치는 "2% 부족할때"는 물과 과즙을 혼합한 이색 음료로 빅 히트상품이 되었다.

네티즌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NG TV는 광고와 함께 광고의 NG 장면을 함께 혼합해 보여준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최고의 시청률를 기록한 드라마 "허준"도 메디컬 드라마라는 기본 장르를 축으로 역사 멜로 액션 개그까지 혼합한 탈 장르성의 하이브리드 상품인 셈이다.

정보화 세계화가 진전됨에 따라 기업들은 정보와 기술도 공유하게 된다.

과거처럼 품질력에서 절대 우위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이 나타나기 어렵다는 의미다.

같은 장소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품질이 비슷하다면 가격이 조금이라도 낮은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런 가격경쟁에서 살아 남는 첫번째 방법은 원가를 합리적으로 낮출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이다.

최저가를 내세우는 월마트는 물류 시스템을 개선해 성공을 거두었다.

거품을 뺀 파크랜드는 자동화 설비, 무차입 경영,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는 백화점 대신 대리점 판매 전략을 채택해 낮은 가격으로 높은 품질을 달성했다.

단일 브랜드로서 국내 최고의 매출을 올린 원동력이다.

두번째 방법은 상품에 얽힌 이야기를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그냥 이북사람이 즐겨 먹는 평양온반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대통령이 최초의 평양길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다는 평양온반이 더 매력적이다.

비엔나에서 이스탄불을 운행하는 기차 오리엔트 특급은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늘 승객들이 많다.

동서양 문화가 만나고 샴페인과 캐비어, 낭만이 있는 옛 이야기가 붙어있는 기차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타이타닉호를 복원한 현대식 유람선을 만들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타이타닉호에 얽힌 사연을 팔면 상품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21세기 히트상품은 변화를 읽고 변화에서 파생되는 여러 가치관을 기존의 소비자 인식과 적절히 배치해야 탄생할 수 있다.

정성희 < 대홍기획 마케팅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