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와 양귀비 이래 오랫동안 동서양 미인은 풍성한 몸매의 소유자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물론 18세기 고야와 앵그르를 거쳐 모네 르느와르 등 인상파 화가가 그려낸 여인들까지 모두 터질듯 풍만한 가슴과 통통한 뺨을 갖고 있다.

조선조 미인도의 여인들 또한 보기좋게 넉넉한 모습을 지녔다.

20세기 중후반까지는 연예계에서도 날씬함이 지금처럼 강조되진 않았다.

말라깽이보다는 오히려 소피아 로렌, 마릴린 먼로, 브리지트 바르도, 라쿠엘 웰치 등 글래머 배우들이 더 대접받았다.

"마를수록 좋다"는 바람이 분 것은 1960년대 들어 깡마른 패션모델 튀기가 선풍을 일으키면서부터였다.

패션의 흐름이 몸매 드러내기로 바뀌면서 날씬함이 아름다움과 섹시함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변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배우와 모델은 물론 일반여성들까지 다이어트 열풍에 휩쓸리고 심지어 식사거부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Top of the World"라는 팝송으로 유명한 남매듀엣 카펜터스의 여성멤버 카렌 카펜터가 과도한 체중감량 이후 거식증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은 유명하거니와 최근엔 "배트맨2"에서 건강미를 자랑했던 미셸 파이퍼가 미라처럼 말라 같은 병에 걸린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못생긴건 참아도 뚱뚱한건 못참는다"며 중고생까지 강냉이나 뻥튀기만 먹거나 설사약 과다복용으로 병원에 실려가는 소동을 빚는다.

여고생 5명중 한명이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불균형 때문에 빈혈을 겪는다는 통계는 나이에 상관없이 퍼져있는 몸매신드롬의 심각성을 전한다.

사태가 이지경인 만큼 여승무원들에게 날씬한 몸매를 강요한 유나이티드항공사에 여성차별이니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는 소식은 신선하다.

영국에선 패션잡지계가 모델의 최저체중을 제한하고 말라깽이 여성상을 조장하는 광고 금지규약을 마련하리라 한다.

미국의 주간지 글로브는 지난해 오프라 윈프리와 케이트 윈슬렛, 모니카 르윈스키를 예로 들어 듬직한 여인들의 매력과 관능이 돋보이는 시대가 다시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성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당당한 주체성 확립을 위해 외모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