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도둑이 있었다.

전설적인 대도였지만 은퇴한지 오래다.

동생놈이 뒤를 이어 자동차를 털다가 말썽을 일으킨다.

악당이 동생의 목숨을 쥐고 위협하자 옛 동지들을 모아 일을 벌인다.

냄새를 감지한 경찰의 추격망이 좁혀든다.

올여름 할리우드가 내놓은 블록버스터중 한편인 "식스티 세컨즈"(원제: Gone in 60 Seconds )의 앞머리다.

자,다음을 상상해보자.

몇번의 위기를 거치겠지만 결국 성공하고 악당을 물리친다?

너무 빤하다.

혹시라도 예측 못한 반전이 등장하지 않을까.

유감스럽게도 아니다.

"식스티 세컨즈"는 예상되는 전개에서 단 한 순간도 벗어나지 않는다.

사실 "액션 블록버스터"라고 이름붙인 영화에서야 스토리보다는 때려부수고 도망하고 추격하는 장쾌한 액션이 중요한 미덕이겠지만.

"식스티 세컨즈"는 1974년에 제작된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아마겟돈""콘에어""더 록"의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을 맡았고 이름난 CF및 뮤직비디오 감독이자 "칼리포니아"로 영화적 재능을 보여주었던 도미니크 세나가 감독했다.

"볼거리가 빈약했던 전작의 틀에다 스토리와 스케일을 대폭 확대했고 캐릭터의 매력도 보강했다"는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이야기는 꼬마들의 장난감 자동차 경주를 돌봐주며 살아가는 멤피스(니컬러스 케이지)에게 옛 친구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멤피스는 60초 안에 어떤 차종이든 훔칠 수 있다는 전설을 남긴 전직 자동차 절도범.

동생 킵(지오바니 리비시)이 범죄조직의 차량절도 주문을 수행하다 실패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범죄단 두목인 악당 칼리트리(크리스토퍼 에클리스톤)는 멤피스에게 24시간내에 최고급 스포츠카 50대를 훔쳐오라고 명령한다.

화면 하단에서 재깍대는 카운트다운 숫자와 함께 시간싸움이 시작된다.

대폭 보강됐다는 스토리는 그러나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니컬러스 케이지,안젤리나 졸리,로버트 듀발,지오바니 리비시같은 역량있는 배우들의 개성도 살아나지 못했다.

"처음 만나는 자유"에서 찬연히 빛을 발했던 안젤리나 졸리는 주연이라고 소개됐지만 섹시함을 과시하는 장식적인 존재에 그쳤다.

"휴머니티 액션"에 집착한 결과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옹색한 장면이 여기저기서 튄다.

멤피스의 뒤를 쫓던 형사가 자신의 목숨을 구한 그를 망설임 없이 놓아준뒤 "형제의 우정은 소중한 것이여"라고 중얼대는 장면은 차라리 코미디다.

이같은 이야기 구조의 진부함이나 캐릭터의 허술함은 작품의 힘을 뺀다.

인터넷 잡지 살롱은 리뷰에서 ""60초안에 사라지다"라는 제목은 불이 켜진후 영화가 관객의 머리 속에서 홀랑 사라지는 것을 말하는 듯 하다"며 냉소를 보냈다.

하지만 매력은 있다.

람보르기니 페라리 포르셰 BMW 무스탕...

관능적이기까지 한 화려한 스포츠카들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색다르다.

뮤직비디오와 같은 현란하고 빠르게 편집된 추격장면은 새롭진 않더라도 박진감 있다.

특히 최고속력 3백20km를 자랑하는 포드의 67년형 셸비 무스탕으로 3백60도 회전,후진질주,고공비행같은 묘기를 선보이며 롱비치 도심을 누비는 후반 추격전은 꽤 강렬한 쾌감을 준다.

미국에선 개봉한 주에 "미션임파서블2"를 끌어내리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7월1일 개봉.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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