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무어

적어도 파이낸셜타임스지를 읽는 독자라면 1달러도 안되는 돈으로 사람이 어떻게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지구상에선 세계인구의 4분의1에 해당하는 15억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실제로 커피 한잔값도 안되는 1달러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맥도날드 햄버거 하나값에 불과한 2달러 미만의 생활비로 살아가는 사람도 무려 18억명에 달한다.

이러한 극빈은 전세계적인 비극인 동시에 수치스러운 일이다.

이같은 극빈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세계는 힘을 합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일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한 손쉬운 해결책은 없지만 세계무역기구(WTO)가 얼마전 펴낸 조사보고서는 새로운 희망을 제공하고 있다.

즉 세계무역체제의 개방을 통해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을 따라 잡을 수 있으며 무역자유화가 가져다 주는 빠른 경제성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개도국들의 경제성장은 선진국과 달리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가능하다.

물론 무역 하나만으로 가난을 근절하는데 충분하지는 않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 위해선 이것은 필수적이다.

자유무역에 대한 비판자들은 교역이 빈국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선진국에만 이득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하버드대학 제프리 삭스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개방경제체제를 도입한 개도국들은 지난 70년대와 80년대 연평균 4.5%의 경제성장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폐쇄경제를 고집한 나라들의 연간 성장률은 0.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유무역의 반대론자들은 여기에 대해 빈국들은 여전히 선진국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개도국들이 현재 선진국들보다 뒤처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는 일부의 경우다.

한국의 경우를 예로 보자.30년전만 해도 한국은 아프리카의 가나처럼 못사는 나라였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은 유럽의 포르투갈과 견줄 만큼 성장했다.

중국도 개방경제체제를 도입한 후 지난 10여년간 1억명에 가까운 국민들이 극빈상태로부터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최근의 한 WTO 연구자료를 보더라도 선진국을 따라잡은 나라들은 모두 개방된 무역체계를 갖고 있었다.

개방의 범위가 넓을수록 혜택도 보다 많이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이는 WTO 가입을 목전에 둔 중국에 특히 좋은 소식이다.

물론 단기적으로 보면 무역개방으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처럼 자유무역으로 고통을 당하는 이들을 잊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러한 소수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올바른 길은 보다 많은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개혁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 확충과 직업재활교육임을 명심해야 한다.

WTO는 개발지원기구가 아니다.

그러나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한다.

결론적으로 자유무역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WTO는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WTO는 빈국을 지원하기 위해 보다 많은 일을 할수도 있지만 빈국은 세계무역시스템을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개도국들을 지원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시장개방을 꾸준히 지속시켜 나가는 것이다.

이는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에 이득이 되는 "윈-윈"의 길이다.

정리=김재창 기자 charm@ 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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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마이크 무어 WTO 사무총장이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에 보낸 기고문을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