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외국인이라는 신분으로 사업에 성공할 확률은 제로(0)에 가깝다.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서버 컴퓨터 제조업체 "아프로(APPRO)"의 다니엘 김(김근범.36) 사장.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비즈니스맨으로 꼽힌다.

단 몇 퍼센트만 살아남는다고 할만큼 경쟁이 치열한 미국 IT 업계에서, 그것도 한국인이라는 이름을 걸고 이룬 결과이기 때문에 그의 성공은 더욱 값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사장이 처음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91년.

서강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미주리 주립대에서 MBA 과정을 마친 김 사장은 친구와 단 둘이 컴퓨터 회사를 차렸다.

일찌감치 서버 컴퓨터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랙마운트컴퓨터 개발에 나섰다.

랙마운트컴퓨터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사각형 모양의 컴퓨터로 최근 인터넷 열풍이 몰아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김 사장의 정확한 판단에 힘입어 아프로는 시작과 함께 쾌속항해를 계속했다.

아프로는 지난 91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매년 2배 가까이 매출이 늘어나는 고속성장을 보이고 있다.

작년 아프로의 매출은 4천7백만달러(5백17억원), 올해는 8천만달러(8백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업원수만 2백20명.

단 두 명이 비좁은 사무실에서 시작했던 첫해에 비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낯선 이방인이 만든 아프로가 주목받는 유망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는 지난 97년 세계적인 네트워크 업체인 시스코와 계약이 체결되면서부터다.

파트너 선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시스코가 아프로를 선택한 것이다.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시스코는 아프로의 제품을 믿고 구입하고 있다.

시스코가 아프로의 기술을 인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프로의 전체 매출에서 시스코가 차지하는 비율은 35%나 된다.

아프로는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업체이지만 단순한 제조업체는 아니다.

고객사들의 목적에 맞는 제품을 디자인하고 설계에서 생산까지 완벽하게 책임진다.

이런 뛰어한 기술력 때문에 수많은 미국 대기업들이 앞다퉈 제품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김 사장은 꿈이 하나 생겼다.

아프로라는 브랜드로 외국 제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하겠다는 꿈이다.

이를 위해 김 사장은 최근 한국에 있는 두영전자를 인수했다.

두영전자는 6천2백평 규모의 공장으로 안정기를 주로 생산해 왔다.

김 사장은 이곳에서 랙마운트컴퓨터를 생산해 자체 브랜드로 한국은 물론 아시아, 미국까지 수출할 계획이다.

아프로는 이미 랙마운트컴퓨터 설계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올 4.4분기면 생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사장은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값이 싸고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에서 외국제품과 당당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남들과 달리 미국시장에서 한국시장으로 거꾸로 들어온 김 사장은 최근 미국으로 진출하려는 한국기업들에게 "무엇보다 미국 비즈니스 환경을 잘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미국에서는 학맥이나 인맥보다는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한국에서 하던 방법으로 사업을 하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 자신이 낯선 이국땅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비즈니스 환경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여느 벤처 사업가들처럼 김 사장도 가족들에겐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다.

평균 퇴근 시간이 12시이다 보니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어렵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김 사장은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꼭 써달라"는 부탁을 빠뜨리지 않았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