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일 터질때마다 뒷북치고 딴소리 ]


지난 9일 저녁 서울 사직동의 한정식집 "용정"에 4명의 주요 경제장관들이 은밀히 모였다.

경제팀의 팀워크문제를 질타하는 여론이 비등했던 당시, 경제장관들이 허심탄회하게 한잔 하면서 얘기나 해보자는 자리였다.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던지 당시 모임은 장소부터 극비여서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이헌재 재경부장관은 다음날 아침 이한동 총리서리에게 업무보고하는 자리에 총리보다 20분 늦게 나갔다.

"편치 않은 기분으로 마신 술이어서 깨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모임에 이기호 경제수석은 불참했다.

"바빠서"라는 이유였다.

재경부 관계자는 "경제장관들이 겉으론 자주 만난 듯하지만 1.13 개각뒤 비공식 모임은 당시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재경부와 금감위 실무자들은 IMF(국제통화기금)체제 초기 이규성-이헌재 라인을 그리워한다.

실무선에서 충돌해도 이규성 전 재경부장관과 이헌재 전 금감위원장은 수시로 만나 풀었다.

이 전 장관은 경제팀의 "좌장"으로서 자신이 다소 손해보더라도 대승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지금은 거꾸로 실무진들이 문제를 끌어안은채 위로 올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경제팀의 팀워크부재는 시스템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람간의 문제로 보인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시스템의 문제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닌데 요즘와서 문제가 더욱 커진 것을 보면 사람 탓이 더 크다"고 잘라말했다.

야전사령관들(장관들)과 사령부 작전참모(경제수석)간의 알력도 심심찮게 노출된다.

재경부는 매크로(거시경제)가 약해졌고 금감위는 경제불안의 뿌리인 금융시장 안정에 제역할을 못했다는게 청와대의 평가다.

반면 각 부처들은 청와대의 독주와 간섭이 심하다고 꼬집는다.

경제부총리 부활을 앞두고 견제만 있고 균형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말 현대사태가 터졌을 때 경제팀의 또다른 문제점이 불거졌다.

산자부는 현대 대책을 세울때 산업정책적인 측면은 철저히 배제됐다고 분개하고 있다.

대우자동차 처리과정에서 산업정책논리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장관들 관계가 소원하다 보니 현안에서 부딪칠 땐 대화로 풀기보다 딴 목소리가 나온다.

그만큼 시장은 혼선을 빚게 마련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 곽창호 수석연구위원은 "경제팀이 대우사태뒤 미봉책으로 일관하다 보니 정공법을 쓰려 해도 자금시장 충격 때문에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김근배 마스타카드 사장도 "문제의 뿌리를 발본색원하지 못한채 덮어둬 지금까지 후유증을 낳고 있다"며 말했다.

최근엔 이같은 문제들이 한계에 달한 듯한 인상이다.

합병 등 은행 구조조정에 가속페달을 채 밟기도 전에 덮어뒀던 중견기업 신용위기, 종금사 문제 등이 툭툭 불거져 나온다.

정부대책이 시장에서 먹히질 않는다.

경제연구소의 한 박사는 "1차 구조조정의 부작용이 튀어나오는 상황에서 과거 정책에 발목이 잡힌 현 경제팀은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제는 현 경제팀을 대체할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점과 인물교체만으로 위기국면을 돌파할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경제부처 한 관료는 "정치적이나 지역적인 연고를 고려한 인사로는 지금보다 나은 팀을 짜기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