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클로드 트리셰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


효과적인 통화수단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중 하나는 가치를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정책목표를 물가안정에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와 관련해 물가 안정에 정책의 최우선을 두는 것이 지난 25년 동안 점점 글로벌화되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이와 함께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이다.

국경을 넘어 전 세계에서 대규모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현상의 이면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 가는 일은 흥미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잠정적으로 하나의 가설을 정립해 보자.

아마도 통화영역에서 일어난 근원적인 변화는 부분적으로 정치적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룰의 점진적인 일반화를 향한 지구촌 차원의 역사적인 운동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의 국민들은 그들의 통화에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인플레 및 초인플레라는 불행한 경험을 겪은 모든 나라들에서 이러한 현상(인플레 및 초인플레)이 민주주의에 심각한 해악을 끼치고 나아가 그 나라를 전체주의적 위험에 노출시켰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따라서 통화 안정은 원활하게 작동하는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이면서 당연한 결과물이다.

다자간 합의에 기초한 통화안정을 보장하는 중앙은행의 독립도 민주주의적 과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물론 이러한 가설은 엄정한 검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나는 민주주의라는 정치 제도가 중앙은행의 독립문제와 물가안정이라는 궁극적 목적에 대해서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했던 점을 상기하고 싶다.

지난 92년 6월과 9월,그리고 93년 가을과 겨울 모두 네번에 걸쳐 우리는 다자간 합의에 근거해 헌법을 수정,프랑스중앙은행의 법적 지위를 수정했다.

이를 통해 중앙은행은 독립적 지위를 부여받고 통화안정이라는 궁극적 목적에 전념할 수 있었다.

세계의 다른 독립적인 중앙은행들이나 유럽중앙은행(ECB)처럼 프랑스중앙은행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도전은 이름에 걸맞은 독립성을 유지하고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다.

시장경제가 적절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해당국가의 통화가 안정적이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이와함께 모든 상거래 계약이 인플레에 의해 불확실하게 되어져서는 안되며 가계와 기업등 경제주체들은 그들의 통화에 확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확신은 시장경제의 창달을 위해 필수적이다.

개개인이 경제결정의 종합체인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이런 확신은 중앙은행이 강제적으로 심어줄 수 있는 성질은 물론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확신은 일반투자자와 가계및 기업의 자발적이고 진실한 지지와 신뢰에서 생겨난다.

특정 국가경제나 유럽과 같은 단일통화권에서 이는 보다 명백해진다.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국제경제에서 시장금리라는 것도 살펴보면 국내투자자들이 아닌 전세계 투자자들의 확신을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어떤 통화에 대한 신뢰와 확신(경제적 번영을 위해 필요조건이다)은 따라서 국내나 국외 할것없이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유일무이한 개념이다.

이것은 물가안정을 추구하는 독립적인 중앙은행에 의해 가능해진다.

정리=김재창 기자 charm@ 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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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장 클로드 트리셰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가 최근 프랑스 중앙은행 창립 2백주년 기념식에서 행한 연설을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