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박사(경영학 전공)는 벤처경영에 이러쿵 저러쿵 훈수 두기에 능한 컨설턴트다.

그런데 훈수만 두지 말고 직접 한번 바이오텍(Bio-technology) 벤처 기업을 맡아 보라는 제안을 받고 며칠 밤낮을 고민하다가 사장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바이오 기술에 기반을 둔 벤처기업은 잘 되면 크게 성공하겠지만,대개 연구개발에 오랜 시일이 걸리고 게다가 상용화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또 그 성공확률도 높지 않음을 잘 알기에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그 회사는 생선회나 야채 등 음식물을 신선한 상태로 오래 보존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개발해 미국의 FDA(식품의약품국) 공인도 획득한 새로운 바이오 솔루션을 갖고 있는 상태였기에 여느 바이오 벤처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사장을 하기로 하고 우선 산업과 기업에 대해 알기 위해 그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평소에 연구회를 같이해 알고 지내던 모 대학 경영학과 교수의 소개로 그 대학 식품공학과 박교수를 만나게 되었다.

박교수를 만나 여러 조언을 구하던 중 식품 기술에 관한 세계적인 전시회 및 학술대회가 미국 댈러스에서 이틀 후에 열린다는 말을 듣고 김박사는 지체없이 미국행을 결정했다.

다행히 그 전시회 투어를 대행하는 여행사에 좌석 여유가 있어서 목요일에 표를 사서 이튿날 전시회가 열리는 댈러스에 갈 수 있었다.

전세계의 6천여 유명 기업들이 부스를 차려 놓고 각각 자기 회사와 제품에 대해 소개하며, 동시에 수백 명의 학자들이 학술논문 발표와 심포지엄을 하는 자리에 직접 가서 보는 것이 업계를 이해하는데 매우 유익하다는 박교수의 조언을 김박사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제비가 친구따라 강남가듯,김박사는 그 분야 전문가인 박박사를 따라 미국 가서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그 업계의 세계적인 기업과 전문가들이 누구이고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가늠하는 기회를 가졌다.

또한 재미식품과학자회 총회에 참석해 미국 대학에서 연구하고 있는 교수와 박사과정 학생들과도 친분을 나누었다.

현재의 기술과 미래의 기술에 대한 집약적인 정보를 한번에 알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다.

그야말로 호박을 넝쿨째 잡은 것이라고나 할까? 불과 4박5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김박사는 그래서 상당한 정보를 안고 귀국할 수 있었다.

사실 정보보다 귀한 것이 전문가 풀(pool)에 접근한 것이었다.

이제 어떤 분야는 누구에게 문의하면 답을 얻을 수 있다는 노우후(know-who)와 노우훼어(khow-where)를 갖게 된 것은 정말 귀중한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이 되었다.

사업을 하는데 여러 가지 헤쳐 나갈 문제들이 많이 있다.

잘 아는 분야는 그 나마 불편함이나 불안함이 덜하지만 전혀 생소한 분야에 대해서는 정말 눈앞이 캄캄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이때 등대가 필요하다.

이것이 네트워크의 힘이다.

잘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잘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상의해 답을 얻어내는 것이 비즈니스를 원활하게 만든다.

이것을 아웃소싱(outsourcing)이라고 한다.

이때 사장이 잘 판단해야 할 일은 여러 필요한 자원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 하는 일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CRO(Chief Resource Officer)라는 자원관리담당 임원을 두는 회사도 있다.

대기업이 아닌 바에야 벤처에서는 사장이 CRO의 역할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아니 그것이 사업 초기에는 상당히 중요하다.

김연성/관동대 경영학과 교수
/이비즈홀딩스 인터넷 마케팅랩 소장
/webioyou@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