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전국 대학들이 여름방학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로써 학부모들과 교수들간의 희비가 아주 극명하게 엇갈리며 나타나는, 이른바 학부모의 여름철 블루도 시작됐다.

우골탑 속의 교수들은 "교수란 정말로 좋아"하며 자유인의 해방감을 만끽하는 반면, 학부모들은 "벌써?" 하며 심란해 하는 계절이다.

"학교에는 어째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야?" 하는 볼맨 소리도 적이 아니 들린다.

이런 학부모들의 심정을 백분 이해하고 벌써 24년 전부터 고등교육 혁신에 나서 승승장구하는 기업이 있다.

미국 애리조나 휘닉스의 아폴로그룹(Apollo Group, Inc.)이다.

미국 최대 사립대학인 휘닉스대학교와 웨스턴국제대학교, 재무관리대학, 그리고 전문가개발연구소 등 4개 교육기관을 거느리고 작년 6천억원 매출, 7백억원 당기순이익을 올린 싯가총액 2조6천억여원의 나스닥 등록기업이다.

1976년 설립된 휘닉스대학교는 미국 전역의 대부분 주요 도시와 10여개 외국에 85개 캠퍼스 또는 배움센터를 두고 연간 6만8천명의 학생들을 가르친다.

경제경영과 정보기술을 양대 축으로 간호, 교육학 등 분야에서 학사, 석사, 박사들을 배출하고 있다.

학생들은 23세부터 60세까지 모든 연령계층을 망라하는데,80%가 직장인이고 이들은 많은 경우 직장에서 학비를 지원 받는다.

아폴로그룹은 올해 나이 79세의 존 스펄링 박사가 1973년 설립했다.

버클리대학교와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경제역사를 공부하고 새너제이주립대학에서 20년 이상 평범한 교수생활을 한 사람이다.

그는 석사학위 과정부터 대학들이 교수들의 알량한 탁상공론형 연구를 빌미로 너무 교수 위주로 운영되고 있음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이런 문제 의식은 스스로 20년간의 교수생활을 하는 과정에 더욱 공고히 다져졌다.

그러던중 경제학 역사학도로서 인구노령화 현상과 종신고용제의 붕괴현상을 내다보고 행동으로 옮겼다.

아들과 함께 총 지분의 35%, 의결권 주식의 거의 전부를 갖고 있다.

휘닉스대학교 교수들은 모두 파트타이머다.

대부분 학위를 갖고 실무분야에서 활동중인 전문가들이다.

그래서 강의 내용이 현장감 있고 최신이다.

학생들은 인터넷이나 위성TV 등으로 강의를 듣고 1주일에 한번씩 저녁에 모여 대면교육을 받는다.

등록금은 전통적 대학교의 절반 이하 수준이고, 5주 내지 8주 단위 과목당으로 계산한다.

방학 따위는 없다.

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나온 뒤엔 매년 30% 가까운 폭발적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전형적으로 연간소득 6천만~7천만원, 직장경력 7~8년의 중견 샐러리맨으로 시간에 쫓기는 학생들은 간판보다는 알맹이를 중시하는지라 얼렁뚱땅 교수와 동료를 가만두지 않는다.

학생들 손에서 품질관리가 이뤄진다.

아폴로의 성공 요인은 인구구조 변화와 고용구조 변화를 내다본 미래 투시력과 교수 아닌 학생(고객) 위주의 조직운영, 그리고 원격 교육기법의 채용 등으로 분석된다.

특히 "비용이 늘면 등록금을 올리면 된다"는 안이한 교수 위주 운영방식으로 물가인상률보다 등록금을 더 급속히 올릴 경우 가격원리에 따라 학생이 줄어드는 자충수에 빠지게 됨을 일찍 깨달았다.

아울러 사회 전반적으로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경제성장이 둔화됨에 따라 일반 대중의 교육비 부담 능력은 떨어지는데 오히려 고등교육의 필요성은 갈수록 늘어난다는 점을 잘 간파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으로 인해 은둔에서 해방됐다고 하는데, 이 땅의 학부모들은 아폴로의 한국 진출로서야 비로소 여름방학 블루에서 해방될 것인가.

전문위원 shin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