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재경부가 내놓은 자금시장 안정대책에 대해 금융권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다.

위기설이 나돌고 있는 대기업들만도 한둘이 아닌 상황에서 "대책"이라고 내놓은게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10조원 정도의 채권투자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과연 가능할지도 의문이고,은행에 단기신탁상품을 취급토록해 그 자금으로 CP(기업어음)등을 매입하도록 하려는 것 역시 고식적 수단일 뿐 본질적인 대책이 못된다는게 금융권의 지적인 것 같다.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들의 회사채펀드에 투자할 기관투자가가 과연 얼마나 될지를 생각하면,이같은 금융권의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증권이나 투신사는 거의 하나같이 투자여력이 없는 편이라는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10조원펀드를 조성한다면 은행고유계정(예금)에서 돈을 대야한다는 얘기인데,재경부 요구에 따라 대우회사채및 CP를 매입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본 은행들이 과연 자발적으로 또 그렇게 할지는 의문이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자금시장 불안은 본질적으로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의 결여에 원인이 있는듯한 일면이 있다.

"주거래은행을 통해 알아봤더니 그 회사는 문제될게 없다"는 고위 경제당국자들의 잇단 해명에도 불구하고 중견급 대기업그룹 위기설이 갈수록 증폭되는 양상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상황이 이지경이고 보면 재경부에서 은행에다 문제되고 있는 기업의 회사채나 CP를 매입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좀더 근본적인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

은행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믿고 투자할 곳이 없어 돈을 풀지않아 빚어지고 있는 자금경색이라면 방법이 결코 없지만도 않다고 본다.

정부당국자들의 말대로 부도우려가 없는 대기업이라면 그 회사채를 공적인 부문에서 인수하거나 보증해주면 된다.

공적자금을 추가로 조성해 그 돈으로 그렇게 하거나 산은등이 보증을 확대하면 풀릴 수 있다고 본다.

시중은행등 상업금융기관들은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이나 상업적 판단에 신경쓸 수밖에 없을 것은 당연하다.

그런 상업금융기관을 통해 현재의 국면을 타개하려다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막는 꼴이 빚어질 수도 있다.

10조원펀드로 될 일이라면 국회동의를 받아 그만큼 공적자금을 추가조성하면 될 일이고,그런 방침만 선다면 우선 변통은 더욱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정부는 정공법적인 대응에 좀더 과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