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남북정상회담은 끝났지만 그 후속조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이산가족상봉은 곧 실현될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해지는 등 경제사정은 여의치 않다.

시급하다던 2차 금융구조조정도 별다른 성과없이 혼돈 상태다.

경제팀은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주체들의 이기주의도 극에 달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의 후속조치도 중요하지만 일그러진 경제를 다시 챙기는 일도 시급하다.

우리 경제의 문제가 무엇인지, 이를 추스를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를 시리즈로 긴급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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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의 불신이 크다 =최근 금융시장은 살얼음판이다.

특정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도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저변엔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6일 기업자금 경색방지 방안을 발표하면서 "자금시장은 생각만큼 심각하지 않다"며 금융불안이 실상보다 부풀려져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시장의 시각은 다르다.

정부가 자금경색의 심각성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신사와 은행의 회사채 및 CP(기업어음) 인수여력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당면한 자금난을 진정시킬 수 없다"는게 금융계 주장이다.

각론에 들어가면 시각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10조원 규모의 채권투자 펀드를 조성한다는 정부 방안에 대해 "제2의 채권안정 기금"을 조성, 당면한 위기를 덮으려는 미봉책이라고 금융계는 지적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신용도에 대한 위험이 높아진 상황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를 인수하는 기관이 있겠느냐"며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개입에 의한 악순환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의도에 따라 저신용 회사채를 매입해 부실채권이 되면 향후 금융기관들의 부실로 이어질수 있다는 우려다.

이 경우 일시적으로 자금난이 해소될 수 있겠지만 "기업부실->금융기관부실->자금경색 재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정부가 당초 발표와는 달리 채권투자 전용펀드 설립을 위해 은행 보험사에 자금출자를 강제 할당키로 해 물의를 빚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7일 오전 은행 보험사의 자금 및 채권담당 부장회의를 소집, 채권투자 전용펀드 기금마련을 위해 각 금융기관이 일정액을 출자해야 한다며 불가피하게 이에 응할 수 없는 금융기관만 그 사유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초단기 은행신탁상품 허용과 자산담보부채권(ABS) 발행규제 완화 등 다른 방안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보완책이 뒷받침돼야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게 금융권 지적이다.


<> 임기응변식 정책이 화근 =정부의 자금시장 대책에 대해 시장이 이같이 유보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쌓인 결과다.

금융기관들은 지난해 대우가 도산위기를 맞자 "당국의 지시"에 따라 대우자산을 담보로 4조원 규모의 CP를 매입해 자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 돈은 부실채권으로 전락해 해당 금융기관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한 투신사 관계자는 "당시 당국의 관치가 없었다면 대우에 자금을 줄 금융기관은 없었다"며 "이제와서 부실을 금융기관들에 떠넘기려 하는 정부를 믿고 어떻게 정책을 따르겠느냐"고 반문했다.

금융기관이 다른 금융기관을 통해 대우에 지원했던 1조원 규모의 연계콜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강압적인 "타협안"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의 원칙없는 행동도 구조조정의 불확실성을 높여 금융불안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정부는 당초 "은행합병은 시장원리에 따라 진행될 것이며 정부는 어떤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달초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을 지주회사로 묶는다는 내용의 합병원칙을 발표, 해당 은행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돈이 몰리는 은행들도 합병의 불안감 속에서 대출을 꺼리며 자금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민간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시장에서 약발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시장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금융기관 합병을 비롯한 구조조정 방향을 투명하게 제시하는 한편 국회동의를 거쳐 추가공적자금을 조성하는 등 정공법을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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