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업계가 생사의 기로에 섰다.

IMF사태라는 직격탄을 맞은데 이어 최근 원가상승과 공급과잉으로 완전 그로기 상태다.

그동안 나름대로 구조조정을 해왔지만 사양의 물결을 되돌리기에는 현격히 힘이 달리는 모습이다.

요즘 궁여지책으로 구사하고 있는 저가 마케팅도 결국은 제살 깎아먹기에 불과할 뿐이다.

게다가 최근 불거진 새한 워크아웃 파문은 업계 전체를 신용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신규사업에 진출하거나 해외업체와의 제휴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당장의 위기해소가 급한 실정이다.

국내외 시장 현황을 짚어보고 그 대응 방안을 3회에 걸쳐 모색해 본다.


화섬협회에 소속된 16개 회사중 경영위기에 몰려 각종 구조조정절차를 진행중인 회사는 모두 5개. 전체 회원사의 약 3분의1에 해당된다.

지난 98년11월 고합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시작한데 이어 지난 5월에는 금강화섬과 새한이 각각 화의와 워크아웃 절차에 착수했다.

이밖에도 동국무역과 한일합섬이 각각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중이다.

새한의 워크아웃신청 여파로 자금악화 루머에 시달리던 한 업체가 주채권은행에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약속하고 자금지원을 받기도 했다.

폴리에스터 부문을 통합하기 위한 자발적인 빅딜을 추진하는 등 업계차원의 자구책을 마려하느라 안간힘을 쏟고있지만 확실한 돌파구를 마련하기엔 역부족이다.

화섬경기가 악화된 것은 원화가치가 지난 98년이후 급속히 상승해 수출이 감소한데다 국제원유가격의 급상승으로 원료가격은 크게 올랐기 때문.지난 98년 원화환율이 달러당 1천4백원대 이상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1천1백원대로 낮아진 상태다.

국내화섬 출하량의 77.3%가 수출되고 있어 원화가치의 상승은 화섬업계에 치명적이다.

여기에다 국제원유가가 지난해초에 비해 두 배이상 오르면서 원료가격도 동반상승하고 있다.

화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폴리에스터 섬유의 원료인 TPA의 경우 지난해 1.4분기에는 t당 3백70달러에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7백20달러까지 치솟았다.

EG도 같은 기간 3백70달러에서 6백15달러로 뛰었다.

이에반해 폴리에스터 원사의 판매가격은 지난해 4.4분기 이후 파운드당 60센트에서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원화가치와 원료가격이 올랐지만 이를 판매가격에 반영시키지 못한채 적자수출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기업들이 적자수출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수입억제등으로 세계시장의 수급불균형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업체들의 폴리에스터 주 수출시장은 중국이었다.

홍콩에 수출한 물량의 상당부분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러나 중국이 자체 생산설비를 계속 늘리고 98년이후 밀수단속 등 수입억제정책을 강화하면서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또 주요 화섬시장중 하나인 두바이 시장에서도 올들어 러시아의 푸틴정부가 수입억제정책을 펴면서 화섬직물수요가 급감했다.

그러나 국내 화섬업계의 어려움은 과잉설비투자에서부터 시작됐다는게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의 임정훈 화학분석팀장의 분석이다.

폴리에스터 장섬유의 경우 하루 생산능력이 90년 1천3백t에서 99년 4천9백54톤으로 3.8배로 확대됐다.

업계는 이 가운데 30%이상이 과잉투자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과잉현상은 2003년께까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라고 산업연구원의 이재덕 연구위원은 말했다.

업체가 난립해 과당경쟁을 벌이는데다 워크아웃 등에 들어간 기업들이 필사적으로 밀어내기 수출을 감행,가격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장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