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 <전문위원>


미국의 유전정보 서비스회사인 셀레라 제노믹스는 당초 6월 중으로 인간게놈 해독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민간회사와의 경쟁에 질세라 미국 유럽 그리고 일본 정부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국제인간게놈프로젝트" 역시 결과발표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나 LA타임스에서는 두 경쟁진영이 공동발표 가능성을 논의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두진영은 그간 서로를 비난하면서 속도경쟁을 벌여 온 점을 감안할 때 공동발표가 실현될지 의문이 가지만 이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해독작업은 거의 완료됐다는 점이다.

잘 알려진대로 생물이 갖는 유전정보 일체를 "게놈"이라 부른다.

유전정보는 세포의 핵에 있는 이중나선형의 DNA분자에 축적돼 있고 DNA를 구성하는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티민이라는 염기체의 배열방향에 따라서 그 내용이 결정된다.

인간게놈의 배열수는 약 30억개에 이르며 유전자들은 일련의 염기배열로 표현된다.

유전자는 체내에서 중요한 물질을 만들기도 하고,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물론 게놈 해독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염기의 순번일뿐이며 유전자를 특정지우는 것은 아니다.

이때문에 염기의 배열만으로는 특허로 인정하지 않고 유전자를 특정지워 그 기능을 밝히는 시점에서 특허로 인정하는 심사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어쨌든 인간게놈의 해독완료는 유전자의 기능판명으로 이어질 것이고 암의 진단 및 예방약을 비롯 개인의 체질 등에 적합한 획기적인 의약품 개발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할 일이다.

화학에서의 원소주기율표,물리학의 원자구조로 인한 과학적 상업적 영향에 비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기술혁신론자들은 인간게놈지도의 완성을 생명기술시대의 급속한 진전을 초래할 변곡점( inflection point )으로 간주한다.

이들은 1880년대 전력의 상업적 마케팅과 1947년 벨연구소에서의 트랜지스터 발명이 각각 산업화시대와 정보화시대의 급속한 진전을 초래한 변곡점이었다고 분석한다.

일부에서는 이미 "바이오경제학"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생명공학기술의 특성으로 보아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이 등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지식이 배가( doubling )되는 주기가 하루로 단축되리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생명공학분야의 연간 특허등록이 두배로 증가하는데 걸린 소요기간이 1970년대 중반에는 약 8년이었고 1997년에 들어와서는 약 4년 미만으로 단축됐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2005년경에는 특허등록이 월단위에서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인간게놈지도의 완성이라는 변곡점이 현실화될 경우 월단위가 아니라 일단위로 대체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둘째,생명기술시대에서 혁신의 파급범위는 혁신 대상이 되는 단위와는 완전한 역비례관계라는 것이다.

종래의 연구개발활동 역시 수행주체가 목적으로 했던 범위를 넘어서 이익을 초래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타분야로의 응용범위가 어느정도는 예측가능했다.

그런데 생명기술분야의 연구개발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최종적인 파급결과를 미리 예측하기가 힘들 정도로 불가예측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재료와 에너지분야의 엄청난 혁신을 몰고 옴으로써 제조업분야의 생산함수 자체를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어쨌든 생명기술과 첨단 재료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과학자들이 "나노세계"를 대상으로 연구하지만 그 파급범위는 가히 글로벌하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명기술시대는 거의 수직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350~360년을 지속한 산업화시대를 지금 정보화시대가 대체하고 있지만 정보화시대 역시 50~60년 정도 경과하면 생명기술시대로 대체될 것으로 본다.

생명기술시대는 약 15~30년 정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이 기간동안 발생할 성장의 양,질,속도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다.

"생명기술" 또는 "바이오텍"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1960년대 말~1970년대 초였다.

이로부터 30년이 경과한 지금 인간게놈지도의 완성은 분명 생명기술시대로의 급속한 진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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