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시장 점유율 5%에 도전한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북미시장 공략이 가속화되고 있다.

연간 수출 1백만대 달성의 신기원을 꿈꾸며 세계 유수 메이커들과의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북미지역은 자금과 기술력을 겸비한 빅 메이커의 각축장이 된 지 이미 오래다.

한국업체들은 자동차 수출을 시작한 지난 76년이후 감히(?) 북미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지 못했다.

80년대 잠깐 반짝했던 포니 엑셀 르망등의 판매열풍은 그저 "작은 신화"였을 뿐이다.

북미시장 전체로 보면 "찻잔속의 태풍"에 불과했다.

한국산 차는 "돈없는 대학생이나 샐러리맨"들이 잠깐 타보거나 아니면 일제차를 사기위해 돈을 모으고있는 사람들이 "싼 맛"에 구입하는 차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한마디로 싼차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들어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현대가 준중형급인 아반떼와 엘란트라에 이어 중형승용차인 EF쏘나타까지 성공적으로 상륙시키고 기아가 내놓은 레저용차(RV)인 스포티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대우의 라노스와 누비라도 월 3~4천대씩 꾸준히 팔려 나갔다.

중형 이상의 세단시장에선 힘이 딸리지만 최소한 준중형급에선 경쟁력이 생겼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의 북미시장 점유율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98년 1.2%(22만3천대)에 불과했던 점유율은 99년 2.0%(41만대)로 올라섰고 올들어 지난 1.4분기(10만9천대)에는 2.4%로 수직 상승커브를 그리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2~3년내 5%의 점유율에 도달,연간 1백만대의 자동차를 미국시장에 팔 수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국산차들의 북미시장 약진은 기본적으로 미국경제의 활황이 뒷받침된 덕분이기도 하지만 국내업체들의 북미시장 전략 자체가 전향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국내업체들은 기존 소형차위주의 틈새시장 전략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동유럽 중동 중남미 동남아등의 시장확대는 이미 한계에 왔고 내수시장도 마찬가지"라며 "국내업계가 생산과 수출을 늘리는 유일한 방안은 구매력이 가장 큰 미국과 유럽시장을 정면 돌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구 현대자동차 사장은 "채산성이 높은 RV와 중대형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며 "기술적인 부문에선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기때문에 다양한 차종의 신차투입과 함께 브랜드파워를 키워나가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는 작년에 미국시장에서 엔진과 트랜스미션부문의 무상수리보증기간을 종전 3년.3만6천마일에서 10년.10만마일로 확대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미니밴인 트라제XG와 20일 출시되는 도시형 지프인 산타페를 앞세워 북미 RV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특히 산타페는 각종 해외모터쇼에서 공개된 이후 현지딜러로부터 선주문이 쇄도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내년에는 그랜저XG도 진출시켜 EF쏘나타와 함께 중대형 시장 공략의 양대축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기아자동차는 작년말 슈마에 이어 올하반기에 크레도스 후속모델인 옵티마를 투입키로 했다.

이 차는 EF쏘나타의 플랫폼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사실상 EF쏘나타의 후속모델이다.

기아는 현대와 같은 수준의 현지 무상수리보증 서비스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있다.

대우는 올상반기에 출시된 라노스II의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저렴하고 품격높은 고장이 없는 차"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기 위해 구입후 3년동안 무료로 정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미국 전역에 24시간 긴급 정비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미국내 명문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특별 금융지원을 실시하는 "칼리지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펼칠 방침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