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숙 < 한국농지개발연구소 고문 >

80년대초 우리나라는 냉해로 인한 식량생산 차질로 국민의 먹거리문제가 심각했다.

새만금사업은 그런 상황에서 조사 연구와 타당성 검토, 그리고 지역주민의 동의를 받는 등 준비기간을 거쳐 91년 식량안보차원의 국책사업으로 선정돼 순조롭게 추진해 왔다.

그러나 지난 96년말 "시화호 오염"이 사회문제화되면서 새만금호의 수질 보전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오늘날 새만금호는 "도시와 공업단지가 인접한 시화호와는 다르다"는 사업시행자측의 입장과,"새만금호도 제2의 시화호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환경단체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

수질문제는 "생명"처럼 다뤄야 한다.

과거 고도성장과정에서 산업화 도시화 인구증가로 인해 전국의 강과 하천은 많이 오염된 것이 사실이다.

또 새만금호로 유입되는 만경강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오염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국토를 깨끗이 유지하며 맑은 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강 낙동강 금강을 비롯한 모든 하천을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

때문에 오염 예방책을 포함, 각종 수질개선대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새만금 수질도 어느 방식으로든 오염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새만금사업으로 인해 수질이 보다 빨리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 6월 완료 목표로 활동중인 30명으로 구성된 민.관공동조사단에서도 새만금호의 수질문제 해결을 위한 효과적인 대안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만금사업은 우리나라 전체 논면적 1백16만ha의 3%에 달하는 2만8천ha의 대규모 농지를 조성하는 대역사다.

이 사업이 완공되면 2백만명이 매년 2백70일동안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하게 된다.

갯벌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갯벌살리기 운동을 펴는 환경단체의 입장도 이해된다.

그러나 새만금사업으로 갯벌이 파괴되는 것이 아니다.

갯벌이 식량문제 해결에 일익을 담당하는 집단화된 우량 농지로 전환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지난 95년과 98년 정부가 "영산강 4단계" 등 신규 간척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하자 환경단체는 크게 환영했다.

그런 정부가 새만금사업을 계속 추진하려는 이유는 다가올 미래 세대에 닥칠지 모를 식량전쟁을 대비한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또 농지 및 수자원 개발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공사를 중단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의 후유증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염려하기 때문인 것이다.

현상태에서 공사를 중단하면 바다 한가운데 시공된 19km의 방조제에서 토석이 유실되는 것을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

또 이미 투입한 1조원이 넘는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새만금사업은 국민들이 걱정하는 수질 등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농경지를 조성할 수 있는 "개발과 보전이 조화"를 이루는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실시해야 한다.

환경단체도 민.관공동조사를 제의한 입장이다.

그러므로 무책임한 중단 주장보다는 공동조사 결과를 지켜보는 성숙한 면을 보여야 한다.

나아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국민들이 동참할 수 있는 환경운동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