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을 수행해 북한을 다녀온 경제인 대표단은 "이번 방북으로 남북간에 경협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는 초석이 다져졌다"면서 "앞으로 남북경제협력 공동위를 설치하고 투자보장과 신변안전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 대북투자는 예상밖으로 급진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철 한국무역협회 회장,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 구본무 LG 회장, 손길승 SK 회장, 장치혁 고합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대표단의 방북활동과 향후 대북투자계획을 지상방담으로 소개한다.

<>김재철 무협회장 = 북한의 경제현장을 돌아보지 않아 북한의 경제수준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북측은 "위에서 결정하면 우리는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특히 통일문제와 관련해선 세를 배격하고 자주통일을 해야 한다고 강한 주장을 했다.

정부간에 경제공동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중과세방지 협정 등을 체결해달라고 우리 경제인들이 북측에 요청했다.

북쪽에선 "적극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북측 정운업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도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프로젝트 얘기가 오가지는 않았다.

김정일 위원장은 소탈하고 솔직하고 머리 회전이 빠른 것 같았다.

북측 경제인들은 우리들에 대해 준비를 철저히 한 것 같았다.

심지어 내가 월간지와 교과서에 글을 실은 것도 알고 있더라.

우리가 큰 선물보따리를 풀기를 바라는 것 같았으나 제도적 뒷바침이 안된 상태라 밝히지 않았다.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 = 금강산사업 파트너인 조산 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 인사들과도 개별적으로 접촉한 일이 없다.

다만 남북 경제인들끼리 단체로 만나긴 했는데 남북간 철도복원같은 사업 얘기는 하지 못했다.

현대 대북사업은 아직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달말 있을 정주영 전명예회장의 방북 때 구체적인 협상을 벌일 계획이다.

정 전명예회장과의 방북때는 금강산 종합개발사업과 서해안공단사업 부지선정 문제 등을 북한측과 협의할 계획이다.

<>구본무 LG 회장 = 개인적으론 북한을 처음 방문하는 것이어서 출발 전날에 밤잠을 설치고 설레임을 갖고 북한으로 향했다.

평양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떠나기까지 내내 북한이 우리에게 보여준 열광적 환영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가슴이 뭉클한 순간도 여러차례 있었다.

방북기간중에 경협이 북한과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경협은 무엇보다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분야부터 차근차근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남북공동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법적 제도적 장치가 보완되면 경협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믿는다.

LG도 현재의 대북한 사업 현황과 계획을 점검해 컬러TV 합영공장 설립이나 비무장 지대에 국제물류센터 건립등 사안별로 구체화하고 가속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번 방북기간중에 김대중 대통령께서 참 수고를 많이 하셨다.

<>손길승 SK 회장 = 평양은 계획도시로 정리정돈이 잘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14일 오후 4시30분부터 6시까지 평양 인민대회의장에서 민경련 회장 등과 얘기를 나누었다.

북측 사람들은 남측에서 생각하고 있는 구체적인 계획들이 있으면 제의해 달라고 했다.

투자보장협정, 신변안전보장 등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긍정적인 반응을 들었다.

북한의 컴퓨터센터는 일정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였고 북한도 컴퓨터 분야는 관심이 많은 것을 느꼈다.

송별 오찬에서 나는 김 위원장에게 남북경제교류와 관련해 제도적인 장치가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위원장은 다같이 노력하자고 답변했다.

시골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농촌에서 모내기하는 모습과 옥수수가 자란 모습을 보고 식량문제는 곧 해결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장치혁 고합회장 = 북쪽 경제인들에게 경제협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제도와 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보장협정이라든지 이중과세방지협정, 은행거래제도 등 국제적인 기준에 맞게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들도 제도적인 뒷받침없이 경제협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완전히 이해했다.

북측은 경협에 대한 의지가 강했고 진지했다.

지금까지는 빙빙 도는 얘기만 해 왔는데 이번에 만나보니까 닫혀 있던 문이 열리는 것 같았다.

구체적인 사업을 얘기할 계제는 아니었다.

정부차원에서 남북경제공동위원회를 열어 가닥을 잡아야 업계차원에서 할일이 생길 것이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번 남북 정상의 만남은 냉전의 시대를 마감하고 우리민족이 협력의 길로 나가는 통일의 초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경제협력 분야에서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당국간 대화를 개최하기로 양 정상간에 합의함으로써 향후 경협을 적극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고 본다.

이번 방북 기간중 북측의 진심어린 따뜻한 환대를 느낄 수 있었다.

삼성의 대북사업은 당장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 보지 않는다.

그러나 사업환경이 개선되고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남북 당국간 대화의 진전과 사업 인프라의 개선 정도에 맞게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생각이다.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