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방북 이틀째인 14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무려 3시간이 넘는 마라톤 정상회담을 갖고 첫날의 약속대로 통일기반을 다지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냈다.

이날 남북 정상들은 자주적인 통일, 8.15 전후의 이산가족 상봉, 경제 사회 문화 협력 확대, 합의사항 실천을 위한 당국간 대화의 조속 개최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 등 5개항의 공동선언문에 합의, 서명했다.

정말 큰 일을 해냈다고 아니할 수 없다.

특히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이 모든 문제에 대해 기탄없이 흉금을 터놓고 얘기했다는데 대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회담에 임하고 합리적으로 문제에 접근, 해결하려는 자세를 시종일관 보여줘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분단극복의 최대 장애물이었던 상호불신을 해소하는 엄청난 ''사변''이 아닐 수 없다.

김 대통령이 ''통일은 이 시대의 절대적인 명제''라고 밝혔듯이 통일에 대한 두 정상의 의지가 확고함은 확인된 셈이다.

이번 김 대통령의 방북은 출발인사에서 밝힌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터놓고 얘기하고""오해도 풀고 상대의 생각도 알아" 상호이해를 증진시키겠다는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동선언문에 합의했다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앞으로 남북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있어서 여러가지 장애물들이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극복하지 않으면 안될 수많은 난제들이 대두될 것이란 점을 충분히 예견하고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김 대통령의 방북에 앞서 지나친 낙관과 기대는 금물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바 있고,비록 북측의 김 대통령 맞이가 극진했고, 두 정상이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해서 그같은 당초의 자세를 근본적으로 수정할 일도 아니라고 본다.

차분한 자세로 하나 하나 챙기고, 매듭을 지어나가는 냉정함이 오히려 화해 협력시대를 앞당기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전세계적인 관심속에 만장일치의 지지와 환영을 받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남북을 구분할 것 없이 우리민족의 역량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만약 이번 정상들의 만남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거나 분단상황 극복을 더 이상 진전시키지 못하게 된다면 세계 각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남북한 당국은 화해와 협력, 그리고 통일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이제부터가 중요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