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필리핀 보라카이를 찾은 강선중(58) 크로바프라스틱 사장은 뜻밖의 반가운 상황을 맞았다.

플라스틱통이 눈에 띄어 혹시나 해서 바닥을 보니 자사의 "클로버"라는 브랜드가 선명했던 것.위험물질 보관용기였는데 깨끗이 씻어 물통으로 쓰고 있었다.

크로바프라스틱은 한국보다 동남아에서 더 유명하다.

생산제품의 80%이상을 수출하고 있어서다.

생산제품은 빙초산 인산 등 위험물질을 담는 특수 플라스틱용기.

이들 제품은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등 20여개국에 수출된다.

연간 수출액은 1천만달러가 넘는다.

이들 시장에서 국별로 30~70%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반월공단에 2개 공장과 필리핀 라구나 공단에 1개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필리핀 공장은 2년도 안돼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이 용기는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위험물질을 취급하다보니 웬만한 충격에는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해야 하고 강산 강알칼리에도 부식되지 않아야 한다.

가볍고 값도 싸야 한다.

연세대 정외과를 나온 강선중 사장이 위험물 용기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76년부터.LG화학 플라스틱 사업부에서 일한 게 밑거름이 돼 한우물을 팠다.

그 결과 고도기술을 축적했다.

1백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적인 기업인 독일 마우저와 기술제휴를 맺은 것은 날개를 다는 격이 됐다.

뛰어난 길술력은 최근의 원자재 가격 폭등에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힘이 되고 있다.

강사장은 형식을 싫어한다.

번듯한 공장을 지어놓고도 준공식을 하지 않는다.

대외적인 활동도 꺼리고 경영에만 힘을 쏟는다.

대외적인 직함은 기협중앙회의 자중회 회장이 유일하다.

"자랑스런 중소기업인 협의회"의 약칭인 이 모임은 이달의 중소기업인 수상자들이 만든 것.경영노하우를 교환하기 위한 이업종교류모임이다.

능률협회로부터 중소기업인 최초로 한국의 경영자상을 받기도 한 강 사장은 "앞으로도 사업다각화는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한다.

이 분야에서도 개발할 여지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02)735-7577

김낙훈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