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9일 산업자원부에는 정유회사와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들이 모여 난상토론을 벌였다.

토론주제는 한국석유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석유제품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사이트 개설을 허용할 것이냐는 것.석유공사가 세계적인 컴퓨터소프트웨어업체 컴퓨터어소시에이츠(CA)사 등과 함께 "전자석유거래소"의 개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 정유회사들이 "왜 공기업이 하느냐,잘못하면 석유시장의 기조를 무너뜨린다"며 반발함에 따라 긴급 소집된 회의였다.

결국 정유업계의 반발로 사이트개설이 늦춰지기는 했지만 석유공사는 "전세계적으로 석유 전자상거래 사이트들이 잇따라 개설되고 있는데 개설을 늦추면 늦출수록 아시아 시장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사업추진의지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공기업들이 e비즈니스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공기업들은 e비즈니스의 흐름에서 마저 낙오되면 더이상 설자리가 없는 것으로 판단,민간업계와의 마찰도 마다하지 않는다.

민간기업들이 공기업의 영역을 파고들고 있어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마당에 잘못하면 또 한차례 구조조정의 쓴맛을 보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공기업들을 e비즈니스의 최전선으로 몰고 있다.

포항제철은 최근 철강 마켓플레이스(장터)업체들의 동참제의를 모두 거절,철강업계를 놀라게 했다.

세계 유수의 철강 인터넷 사이트인 메탈사이트(www.metalsite.com)는 물론 미국계 이-스틸(e-steel.com)과 홍콩계 아이 스틸(isteelasia.com),일본 라이브스틸(livesteel.com)등의 제의를 똑같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계 최대 철강업체가 굳이 온라인업체의 사이트에 들어갈 필요가 있느냐.직접 사이트를 개설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게 그 이유. 포철은 내년 6월 원료구매-제품생산-출하판매 등의 업무를 완전 온라인화해 인터넷(www.posco.co.kr)을 통해 직접 판매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부자료 표준혁신작업과 함께 ERP(전사자원관리 시스템),SCM(통합공급망) 도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ERP구축에만 1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퍼부을 정도로 e비즈니스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포철은 또 포항공대 포항산업과학연구원,창업보육센터, 포스텍기술투자 와 함께 "토털 벤처 네트워크"를 구축,e비즈니스 등 신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가스공사도 최근 태스크포스를 구성,천연가스 전자상거래망 구축에 대한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현재는 가스공사가 해외에서 장기도입계약을 맺은뒤 국내기업들에 독점적으로 가스를 공급하고 있어 전자상거래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

그러나 2001년 가스공사의 도입도매부분이 분할돼 경쟁체제로 들어가면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영국등의 경우처럼 천연가스의 과부족분을 인터넷으로 거래토록 함으로써 수요처나 공급자들이 비용을 줄이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기획예산처가 최근 한국통신 한국전력등 5개 공기업을 전자조달시스템 구축 시범사업대상으로 선정,공기업간에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전의 경우 지난 98년 자재를 납품하는 전기공업협동조합 소속기업 2백여개사와 전력EDI시스템을 구축,지난해에는 송배전자재 구매조달의 30%가량을 전자적으로 처리했다.

올해는 기존의 EDI시스템을 웹기반으로 전환,인터넷상에서 조달업무를 처리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 "전자입찰시스템"을 구축,9월에 송배전자재업무에 우선 적용한뒤 전분야로 확대하기로 했다.

향후에는 서비스를 신청하는 고객에게 요금청구서및 각종 안내자료를 e메일로 보내고 전기요금결재도 인터넷으로 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예정이다.

공기업들은 이와함께 e비즈니스의 기초가 되는 내부정보시스템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전은 최근 별개로 관리되어온 예산.자금관리 등 재무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 리얼타임으로 재무현황과 예산집행현황을 파악할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예산과 원가 관리를 부단위에서 실시토록 함으로써 각종 투자사업의 적정성도 쉽게 파악할수 있게 됐다.

김성택 기자 ind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