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새롭게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외국과 경쟁해서 우수한 전력 기술을 수출하고 국익을 창출하는 일에 한국전력이 앞장서고 있습니다"(한국전력 홈페이지)

한국전력이 30여년이 넘는 전력사업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전력 기술 수입 회사"에서 "전력 기술 수출 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지난 93년 중국 광둥원전 정비 기술 용역사업을 시작으로 95년 필리핀 말라야 화력발전소,98년 대만 마일리아오 화력발전소 운전 자문 용역,99년 중국 진산 원전 시운전 요원 훈련 등 해외로 업무영역을 계속 넓혀 나가고 있다.

필리핀 말라야 화력발전소는 한전 최초의 해외발전사업대상.

이 발전소는 한전의 성능복구공사를 거쳐 필리핀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화력발전소가 됐다.

한전은 이 과정에서 국내 67개 중소기업을 참여시켜 7천3백만 달러의 기자재와 용역을 수출했다.

또 생산 전력을 필리핀전력공사에 전량 판매하여 2010년까지 7억1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그동안 전형적인 내수산업으로 여겨지던 발전사업에서 한전이 세계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들의 업무영역은 더이상 국내로 한정되지 않는다.

공기업의 독점적인 영역이 무너지면서 해외기업들은 국내로 뛰어들고 국내 공기업들은 해외를 무대로 뛰는 시대가 온 것이다.

국내에 가스를 도입하는게 주업무였던 가스공사도 해외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지 오래다.

가스공사는 투자수익을 올리는 것은 물론 생산부문 관련정보를 얻고 가스수입시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해외 LNG(액화천연가스) 개발을 추진해왔다.

오만LNG사와 카타르 라스가스사에 각각 5%의 지분을 참여,향후 25년간 기대배당수익이 각각 약 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05년 이후엔 호주 등 장기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가능성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

또한 중국 인도 필리핀 등 해외 LNG터미널 및 배관 신규 프로젝트 등 플랜트 건설 및 운영에 참여하기 위하여 해외 석유가스 메이저와의 합작투자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이같은 프로젝트를 계기로 국내기업들이 해외건설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늘어나는등 관련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석유공사는 해외원유개발과 석유비축이 주업무.석유비축업무는 전형적인 국내비즈니스인데도 불구하고 석유공사는 해외기업을 끌어들여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을 올렸다.

한국등 동북아지역에 원유를 수출하는 산유국 기업들과 계약을 맺고 원유를 대신 비축해주는 것.지난해 세계 제2의 석유수출국인 노르웨이의 국영석유회사 스타토일사와 원유 8백만배럴을 공동비축키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단순한 관리용역사업이지만 석유위기등 비상시에 원유를 우선 구매할수 있는 조건을 달아 사실상 공짜나 마찬가지로 원유를 비축할수 있게 됐다.

원유를 대신 저장하고 관리해주는데 따른 수수료 수입만도 1백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석유공사는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비축물량을 1천2백만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한국중공업은 진작부터 해외시장을 무대로 활약하는 국제적인 발전설비업체.지난5월에는 원자력발전소 핵심설비인 증기발생기를 자체 설계.제작해 국내 최초로 해외에 수출했다.

이번 출하로 우리나라는 지난 78년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원전 1호기를 외국 기술로 건설한 이후 20여년만에 유럽 미국의 몇몇 원자력 발전설비 제작업체들만이 제작하던 원전 핵심설비를 독자기술로 제작 수출할 수 있는 원전설비 수출국이 됐다.

GE(제너럴일렉트릭) 지멘스 알스톰 등 빅3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세계 발전설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내에 GE에 지분을 매각하고 전략적 제휴를 체결할 계획이다.

부실자산처리에 고심하던 자산관리공사도 과감한 해외시장진출에서 해답을 찾아냈다.

무려 4조원어치 이상의 부실자산을 국제입찰로 처리했고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를 설립하는등 선진금융기법을 활용하는 방법도 터득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