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유치인가,국부유출인가"

지난 4월 16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과 정부 경제부처는 이 문제를 놓고 심한 논쟁을 벌였다.

처음 국부유출론으로 내세우며 기업과 알짜배기 자산이 헐값으로 매각된다는 주장을 편 한나라당은 "정부가 지나치게 실적 위주로 매각 자체를 서두르다 제 값을 받지 못한채 일부 기업의 지분과 자산을 팔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당시 단기적으로는 고용불안이 뒤따르고 중장기적으로는 국부의 해외유출,국내산업의 기술정보 유출,외국인 자본의 국내 주요산업 지배,외국인의 은행지배로 국가전략 산업 육성 실패 등의 폐단이 뒤따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자유치와 기업의 해외매각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이에 대해 "시대착오적인 주장"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전세계가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마당에 국부유출이라는 표현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공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해온 정부에서는 더욱 기세를 올리며 한나라당의 주장에 공박했다.

외국인 투자유치는 불가피한 현상이며 앞서 여러나라에서 이미 외국인 투자유치로 더 큰 이익을 냈다는 논리다.

또 외자유치는 고용을 불안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용을 확대하고 수출을 증대한다는 주장이었다.

공공부문만 볼 것이 아니라 민간 기업을 봐도 주택은행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주가가 높고 우량한 기업은 이미 외국인들의 지분이 더 많은 기업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논쟁은 총선이후 유야무야 됐다.

그러나 국부유출론을 주장하는 측에서도 외국인 투자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국수주의자는 없다.

그들도 "다만 강제적으로,획일적으로 짧은 시일내에 시한을 정하고 무조건 팔아치우자는 것은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외자유치외에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든,"성급한 해외매각은 국부유출이다"는 주장이든 냉정하게 마주앉으면 대화와 논쟁이 가능하고 당연히 타협점이 있다는 얘기다.

더 효율적으로,더 값비싸게 해외에 자산을 팔 수 있는 방법론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이 오히려 생산적이고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허원순기자 huhws@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