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역대 영국총리 가운데 어느 누구보다도 장기간 인기를 누려온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내부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블레어 총리는 지난주 영국 중산층을 대변하는 단체인 여성협회 회원 1만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연설하는 도중 청중들이 의식적으로 느린 속도로 박수를 치거나 종이를 흔들고 자리를 뜨는 등의 행동으로 반발의사를 표시함으로써 그의 정치적 밀월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여성협회 연설직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노동당 지지도가 41%에 그쳐 지난 93년이후 최고의 지지도를 기록한 보수당의 38%에 겨우 3%포인트차로 앞섬으로써 리드폭이 절반으로 줄었다.

게다가 절반을 약간 넘는 응답자들이 "블레어 총리가 국민과 괴리돼 있다"고 응답해 노동당에 충격을 줬다.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다음날 더 타임스는 블레어 총리 진영의 여론조사 담당참모인 필립 굴드가 작성한 내부 보고서를 입수,보도해 블레어 총리를 더욱 난감하게 만들었다.

굴드의 보고서는 유권자들이 블레어 총리를 자신감 없고 현실적이지 못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여성협회 연설은 겸손한 나머지 그를 슬프게 보이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이 보고서는 또 블레어 총리가 장황하게 늘어놓을 뿐이며 자신이 믿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말을 한다고 지적했다.

또 블레어 총리는 의료 등 공공서비스를 개선하고 영국을 변화시키겠다고 말했지만 상황은 더 악화됐다고 이 보고서는 말했다.

이어 내각의 각료들까지 나서서 정부가 말보다는 행동에 집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마이클 미처 환경부차관은 정부가 직설적으로 분명하게 정직한 태도로 말하도록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끝에 네번째 아기 레오의 출산직후 휴가를 내고 2주간 자리를 비웠던 블레어 총리는 일선에 복귀하자마자 벌어진 이같은 사태에 적잖이 당황하는 것 같다.

집권 3년이라는 오랜 기간동안 인기를 누려온 그와 노동당이 이제는 전환점을 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