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악수 장면은 감동과 흥분 그 자체였다.

"정상 회담이 과연 예정대로 열릴 것인지"에 대한 일부의 우려마저 없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13일 평양 순안 비행장에 내려선 김 대통령과 그를 맞는 김 국방위원장의 모습은 상상하기에 결코 쉽지 않았던 장면이기도 했다.

김 국방위원장의 공항 영접은 물론 예정에 없던 의장대의 사열과 분열등 북측의 뜨거운 환대는 북한 당국이 이번 회담에 걸고있는 높은 기대를 반영한다고 하겠고 동시에 북한이 세계를 향해 스스로를 일부나마 열어보이는 순간이기도 했을 것이다.

백화원 영빈관에서의 첫날 정상회담은 아직 자세한 논의 사항이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공항에서의 만남에 이은 승용차 동승,그리고 북측의 공연 순서와 만찬에 이르기까지 남북 정상이 함께 한 순간들이 모두 가슴 속에서 차오르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한 것이었다고 본다.

그러기에 온 국민이 시시각각 전해지는 김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고 가는 곳마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화제로 꽃을 피운 하루이기도 했다.

남북 정상이 6.25전쟁 후 50년 만의 바로 그 6월에 다시 만난 것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상징성을 갖는다고 하겠기에 이번 정상회담이야말로 오랜 적대의 세월을 걷어내고 화해의 시대를 여는 일대 전환점이 되어줄 것을 온 국민이 기대하고 또 소원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남북 정상의 첫 만남이 비록 가슴을 저미게 하는 일대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하더라도 이 만남에 지나친 상징성을 부여하고 결과적으로 과잉된 기대를 갖는 것은 그동안의 "7.4공동성명"이나 "남북 기본합의서"가 어떤 반작용을 초래했는지를 감안한다면 다소는 절제될 필요도 있다고 본다.

남북 공동성명이 남쪽에서는 유신으로,북쪽에서는 주체사상으로 귀결되고 말았거니와 92년의 기본합의서 역시 북한 핵문제가 돌출하면서 곧장 사문서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이 그간의 경과라면 경과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거나 또 평양의 우리 대표단에게 과도한 과제와 임무를 부과하는 것 역시 어느 정도 자제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섣불리 남북 분단의 소위 "근본 문제"에 천착하는 것은 외양은 그럴싸하지만 남북간에 실질적인 협력구도를 만들어 내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는 만큼 대표단 또한 순리대로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김 대통령의 도착성명이 "차근 차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그대로 평양에서의 나머지 회담 일정을 진행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