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북한 정상회담은 가히 세계사적 의미가 있는 사건이라고 본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냉전의 잔재가 남은 이 한반도에 평화의 새로운 장을 여는 시발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열강의 이해 때문에 국토가 두 동강이 난 채 남과 북은 서로 적대시하지 않았는가.

이제 지난 반세기 이상 지속돼 온 분단의 고통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남북 정상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보도진들로 서울 호텔롯데에 설치된 프레스센터는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그들은 지구상에 남아있는 유일한 냉전의 산물인 한반도의 현실과 미래를 전 세계에 전하고자 촌각을 다투고 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긴장을 해소하고 남과 북이 신뢰를 쌓는 초석"이라고 유명한 외국학자는 말하지 않았던가.

대북포용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으로 북한도 우리를 상당히 신뢰하고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의 의의를 남과 북의 만남 정도로 애써 축소하려고 노력해 왔다.

두 정상의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으며 정상회담에서는 가장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정상회담에서의 결과가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겠지만 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의 현안들이 한꺼번에 해결되지 않는다고 해서 누가 이를 탓하겠는가.

남과 북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멀리 있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말이다.

두 정상의 만남은 주변국의 도움 없이 남과 북 당사자간에 직접 성사된 것이기에 더욱 의미를 더하고 있다.

세계의 관심과 축복 속에서 진행되는 남북 정상회담은 21세기 최대의 뉴스인 동시에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바도 지대할 것이다.

교황도 친히 정상회담 개최를 축하하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던가.

우리는 북한이 지난 10년동안 얼마나 어렵게 살아왔는지 잘 알고 있다.

연일 보도되는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 소식을 접하면서도 북한을 도와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는가.

이것은 그동안 남한과 북한이 진정으로 서로를 믿지 못하고 또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 과거에만 집착한 채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나누어 가지려는 마음이 부족했다.

지금 당장 북한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경제지원과 협력일 수 있다.

북한은 식량증산에 필요한 비료,공장을 가동하기 위한 원자재와 에너지가 너무나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도로 항만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은 빈약하기 이를데 없다.

북한을 살리기 위해 우리가 북한을 지원하고 북한과 협력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나라가 이를 대신할 것인가.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에 대한 지원과 협력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남북 정상회담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비행기를 타고 직접 서울에서 평양으로 들어 갈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남과 북의 심리적 거리감이 단축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실이 아니겠는가.

북한이 오직 경제적인 실리를 바라고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는 옹색한 주장들이 있기도 하다.

오히려 북한은 경제난을 극복하고 경제회생을 위해 진정으로 대외개방과 남북간 교류.협력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국민과 기업은 새로운 희망을 갖고 한반도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됐다.

이산가족의 재회와 상봉이 더욱 현실로 다가왔으며 남북경협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끊어진 철로가 조만간 연결되고 우리 국민들은 육로를 통해 북한을 방문할 수 있게 될 것을 꿈꾸고 있다.

이런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남과 북의 두 정상이 만나고 있다.

허심탄회한 만남 속에서 줄 것은 주고,받을 것은 받는 좋은 결과가 있기를 우리 7천만 한민족은 염원하고 있다.

또한 민족의 공존공영과 밝은 미래의 진로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구체화되기를 희망한다.

지난 세월 우리 민족의 모진 시련이 서서히 역사 속으로 묻혀가고 있다.

지금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리고 있다.

sychoi@ku.kinu.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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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

<>미국 노스이스턴대 경제학박사
<>영남대 통상경제학부 겸임교수
<>농림부 남북농업협력추진협의회 위원
<>전경련 남북경협위원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