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중국산 마늘에 대해 긴급수입제한 조치의 부과를 결정하고,중국은 그 보복으로 한국산 휴대폰 및 폴리에틸렌에 대해 수입중단 조치를 취함으로써 한.중간 무역마찰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많은 나라들과 양자간 통상마찰을 경험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또는 양자간 협상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해 왔다.

중국은 아직 WTO 회원국이 아니다.

다자체제에 의한 대응은 안되므로 양자간 재협의를 통해 원만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조속한 문제해결을 위해선 사안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우선 한국의 조치가 타당했느냐 하는 문제다.

마늘에 대한 긴급수입제한 조치는 농협의 제소에 따라 무역위원회가 피해조사를 실시,그에 상응하는 관세를 결정한 뒤 이를 재경부 장관에게 건의해 확정한 것이다.

관세부과를 공식적으로 결정했어도 이를 WTO에 통보하고 당사국과 보상협의를 거쳐야 함은 물론이다.

한국은 일단 모든 절차를 제대로 밟아 절차상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긴급수입제한 조치가 정당한 근거에 의해 발동됐느냐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수입 증가에 의한 산업피해 여부는 WTO 규범에도 구체적 기준이 없어 자칫 자의성이 개입되기 쉽다.

그러나 자의성 여부를 판단하기도 용이하지 않다.

97년에 9천9백t(3백44만달러)이던 마늘 수입이 98년엔 무려 2만2천6백t(8백98만달러)으로 급증했다.

이로 인해 98년 당 3천1백원하던 마늘가격이 99년 1천9백원선으로 폭락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중 마늘의 국내생산이 39만4천t에서 48만4천t으로 늘어나,가격폭락의 주범이 중국산 마늘 수입증가인지 아니면 국내 마늘 생산의 증가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다.

중국의 보복조치도 그런 점이 불분명한 가운데 관세를 30%에서 3백15%로 인상한 한국의 극단조치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중국의 처사에는 명백한 문제점이 발견된다.

우선 보복조치가 지나치게 과중하다.

WTO 분쟁해결 규정은 보복조치도 상대국 조치에 상응하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국은 마늘에 대한 긴급관세로 입게 될 피해액 9백만~1천5백만달러의 50배에 달하는 5억달러어치 정도의 보복조치를 취했다.

더욱이 아무런 통보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취한 수입정지 조치는 국제무역관행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중국이 조만간 WTO 가입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국제적 관례를 무시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무역규모가 큰 중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이 무역 적자의 해소 방안으로 그같은 조치를 취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중국은 한.중간 무역적자의 원인을 보다 근본적 차원에서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무역 적자는 중국의 공업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간재와 자본재의 수입 수요 증가 및 한.중 간의 보완적 산업구조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시비비는 접어두고 우선 현재의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어느 나라든 상대국의 공식적인 산업피해구제기관의 권위와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다.

그렇다면 중국으로서는 한국무역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하다.

한국도 중국에 대해 보다 실질적인 보상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양국의 체면손상을 방지하고 양국간의 우호관계도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향후 원만한 대중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

우선 산업피해구제제도를 보다 합리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더욱 엄밀한 과학적 근거에 의한 산업피해판정기준을 마련해야 하며,무역위원회의 결정이 정치적 압력이나 부처이해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독립성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

이번 사안은 앞으로 한국의 전반적인 통상정책 운영에도 좋은 교훈을 주고 있다.

통상정책은 단기적이고 단편적인 경제적 효과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거시적인 국가무역이익에 입각해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특정산업부문이나 시장에 국한하기보다는 관련산업과 소비자 일반을 포함하는 경제전반의 시각에서 통상정책이 수립돼야 하는 것이다.

교역규모가 확대일로에 있고 선린우호관계에 있는 한.중간의 이번 무역마찰은 매우 유감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이 잘 해결될 경우 양국 관계는 더욱 공고해질 수 있을 것이다.

양국 정부의 슬기로운 해결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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