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규 < 환경부 수질정책과장 >

우리 국토는 지금 "난개발 몸살"을 앓고 있다.

망가진 국토를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또 나라 천년대계를 위해 난개발 문제는 확실하게 매듭짓고 해결해야 할 초미의 시대적과제다.

현행 법률상 토지이용을 규제하는 지역.지구.구역 지정제만도 2백20여 가지에 달한다.

도무지 난개발할 송곳만한 틈 조차 없을 듯 한데도 곳곳에서 "마구잡이 개발" "묻지마 개발"이 한창이다.

팔당호 주변은 "규제천국"이라며 지역주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듯 한데도 그 주변은 음식점 숙박시설 전원주택이 난립해 있다.

뿐만 아니라 수려한 자연을 망가뜨리는 갖가지 공사가 한창이다.

우리 국민은 토지에 대한 애착심이 유달리 강한데다 정부마저 토지 공개념을 제도적으로 정립하고 국민의 생활속에 착근시키는데 실기했다.

그래서"내 땅인데 왜 내 맘대로 못해"라는 그릇된 인식이 일반화되어있는 데서 난개발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국토건설종합계획 국토이용계획 도시계획 등 갖가지 국토개발계획들이 수립되고는 있지만 실효성있는 "선계획 후개발" 체제를 확고하게 완성시키지 못한 것이 난개발의 또 다른 원인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은 토지이용계획 중심의 철저한 선계획 후개발로 유명하다.

독일의 경우 허가관청만 구속하는 토지이용계획(Fl chennutzungsplan:FNP)이 먼저 세워진다.

그에 따라 국민을 직접 구속케 되는 건설계획(Bebauungsplan:B플랜)이 수립돼야 비로소 B플랜의 범위내에서 건축허가가 난다.

B플랜에는 지역별로 용도 층고제한 용적률 건폐율 등이 상세히 도면화되어 있다.

B플랜이 수립되지 않은 지역은 사실상 그린벨트가 되어 개발 등 사유재산권의 행사가 엄격하게 제한된다.

하지만 보상도 없다.

그렇다고 B플랜을 수립하라고 관청에 요구할 청구권도 법적으로 일체 인정되지 아니한다.

또 허가의 요건을 모두 구비했더라도 허가관청이 심사, 불허함이 사익의 손실보다 얻어지는 공익이 크다고 판단되면 건축을 불허한다.

이에 대해 사법부도 허가관청의 결정을 존중해 준다.

그러니 선계획 후개발이 엄격하게 지켜 질 수 밖에 없다.

프랑스 파리시의 경우 오래된 도시에 어울리도록 건축물의 외양 하나하나 세심하게 심사하여 건축허가하고 있다.

심지어 색상까지도 규제하고 있다.

맥도널드의 외부 간판바탕색은 전세계적으로 통일된 "적색"이다.

그런데도 이 색을 못쓰게 할 정도다.

우리의 선조들은 집을 낮게 지었다.

음양오행설에 따라 산이 높기 때문에 집은 낮게 지었다.

하지만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자연속의 사람"이라는 기본 사상을 엿볼 수 있다.

1990년대 초 개혁의 이름으로 산림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이어 94년 국토의 4분의1을 개발 가능한 "준농림지역"으로 바꾸어 놓으면서 난개발은 시작됐다.

오늘날의 난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토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준농림지역"과 또 국토의 65%를 차지하는 "산림"을 보전위주의 용도로 전환하되 강력하고도 철저한 "선계획 후개발"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건설교통부가 국토정책을 종래의 개발용지 공급위주에서 환경보전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꾸고 또 선계획 후개발 원칙을 도입하며 국토계획.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기로 한 것은 획기적 정책전환이라 할 것이다.

이제 시대가 변해 무계획적 개발보다는 국토보전중심의 환경친화적 계획개발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가 뜻과 힘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