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인터넷쇼핑몰 "폼생폼사(www.psps.co.kr)"를 운영하고 있는 스물세살의 젊은 여성 반현주씨.

반짝이는 눈동자,긴생머리,수수한 옷차림.

겉으로 보기엔 젊음 하나만 믿고 일찌감치 사회에 뛰어든 조금은 무모한,그렇지만 가슴 한가득 희망을 품은 꿈많은 여느 대학생 사업가와 다르지 않다.

그가 또래의 젊은이들과 다른 것은 한 가지.

세상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12살 때 였어요. 아침에 일어나 TV를 틀었는데 소리가 안나오는 거예요. 고장났나 하고 볼륨을 높였는데도 마찬가지 였어요."

그날 이후 그는 소리를 잃었다.

주위엔 아무것도 변한게 없었지만 귀로 들을 수 없는 세상은 낯설기만 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그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초등학교 5학년때 청각을 잃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렇지만 역시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수업을 제대로 들을 수 없어 독학하다시피 중학교를 간신히 졸업했지만 고등학교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는 중학교를 마치고 공장에서 일을 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집안에서 마냥 놀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렇지만 공부를 하고 싶다는 욕심을 묻어 둘 순 없었다.

다음해 그는 검정고시를 준비,넉 달만에 시험을 통과했다.

친구들보다 오히려 일년 빨리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셈이었다.

지난해에는 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에 입학해 작가의 꿈을 키워오다 최근 인터넷쇼핑몰 사업을 시작하면서 휴학을 했다.

그가 인터넷쇼핑몰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조금 엉뚱했다.

지난 1월 꿈에서 어떤 건물이 불에 활활타는 것을 보고 사업을 하면 성공하겠다는 생각에 친구와 함께 인터넷쇼핑몰 사업에 뛰어들었다.

청각장애 때문에 사람들과 직접 만나는 일이 힘든 그에게 인터넷쇼핑몰은 안성마춤이었다.

그는 곧바로 그동안 모은 돈을 모두 털어 사무실을 빌리고,컴퓨터 디지털카메라 스캐너 등의 장비를 구입했다.

사람들이 선물로 줄 속옷 사는 걸 부끄러워 해 인터넷쇼핑몰을 많이 이용할 것이라고 판단,속옷을 사업아이템으로 정했다.

인터넷쇼핑몰은 예전에 개인홈페이지를 만든 경험을 살려 직접 만들었다.

현주씨는 처음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를 잊을 수 없다.

겨우 책상 두 개를 간신히 놓을 정도의 크기였지만 "드디어 세상에 혼자 설 수 있게 됐다"는 기분에 가슴이 벅찼다.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렇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지난 2월에 쇼핑몰을 열었지만 주문이 하루에 2~4건에 불과했다.

돈이 없어 광고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엔 거의 주문이 없는 상태다.

현주씨는 그러나 실망하지 않는다.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자신의 꿈인 작가가 되기 위한 훈련의 과정이라고 믿고 있다.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틈틈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 꿈은 장사로 돈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는 글을 쓰는거예요"라고 말하는 두 눈이 유난히 빛난다.

그는 같은 장애인들에게 한마디도 빼놓지 않았다.

"비록 사람들이 외면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해 세상 사는게 힘들다고 느끼겠지만 희망만은 버리지 마세요. 희망만이 유일하게 자신을 지켜주는 안식처입니다"

김경근 기자 choice@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