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업계가 정부의 무대책 속에 멍들어가고 있다.

정부가 업계의 희망과는 거리가 먼 종금 발전방안을 발표해 놓고 그나마 법령개정 등 후속조치마저 손을 놓고 있어서다.

정부가 대우 연계콜 처리를 당사자(금융회사)들에게만 맡겨놓는 등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도 종금사를 어려움에 빠뜨린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 2월18일 ''종금사 발전방안''을 내놓고 3월까지 관련법규를 정비한 뒤 4월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법률 제.개정을 맡은 재정경제부와 발전방안을 마련한 금감위간의 이견과 개정절차 지연으로 아직 표류하고 있다.

특히 금감위의 종금 발전방안은 종금사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정부는 증권사로 전환시키거나 은행 증권과 합병을 유도하고 있지만 종금사들은 후발 증권사로 전환해봐야 경쟁이 어렵다고 보고 미국식 투자은행(인베스트먼트 뱅크)을 희망하기 때문이다.

동양종금 관계자는 "지금 금융불안과 신뢰위기 속에선 합병이나 전환을 생각하기 어렵고 투자은행으로 가려고 해도 관련업무를 일일이 인가받아야 해 더욱 늦어지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 와중에 대우사태와 투신문제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돼 나라종금은 퇴출됐고 영남종금은 영업정지됐다.

최근엔 업계 대표인 한국종금마저 유동성 문제로 대주주인 하나은행의 긴급자금을 지원받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들은 대우 연계콜을 중계했거나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다.

정부가 연계콜 문제를 수수방관한 결과, 작년말 10개이던 종금사가 8개로 줄었고 나머지도 일부 영업애로를 겪고 있다.

종금협회 관계자는 "종금 발전방안 발표 당시엔 업계상황이 비교적 양호했지만 지금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고 하반기엔 예금보장한도 축소여파로 더욱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금감위는 뒤늦게 종금 발전방안을 백지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관계자는 "전환 합병은 기본적으로 업계가 원치 않고 후발회사로선 실익이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종금업계는 전통적인 예대업무(CP할인, 매출)로는 겸업화 추세속에 은행 증권과 업무가 중복돼 버티기 어렵다.

따라서 기존 CP업무를 점차 줄이면서 M&A(인수합병) 컨설팅 등 투자은행으로서 틈새시장을 개척하면 살길이 있다고 보고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