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회사 경영과 관련한 모든 직함을 내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그는 지난달 31일 직접 나서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정몽헌 현대 회장과 함께 경영일선에서 깨끗이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시장에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쾌척한것이다.

"시장에서의 신뢰회복"은 정 명예회장이 사업가로서 내린 마지막 결단이었다.

오너의 경영일선 퇴진과 전문경영인제 도입은 그동안 누렸던 기득권(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화려했던 기업가적 삶에 비춰 볼 때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지난 47년 현대건설을 세운 정 명예회장의 삶은 결단의 연속이었다.

현대 신화를 일굴 수 있었던 것도 다른 기업인들이 생각하지 못한 결정을 재빠르게 내렸기에 가능했다.

그의 인생역정은 도전과 개척 정신으로 점철된 것이었다.

76년 9억4천만달러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공사를 수주한 것이나 자동차 조선 사업에 보인 사업 수완만 봐도 그를 "거목 기업인"으로 칭하는데 손색이 없다.

우리 나라 경제사를 온몸으로 써오다시피했던 정 명예회장이 전문경영인 시대의 개막을 스스로 알렸다.

그는 국제 경쟁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현대의 모든 계열사는 전문경영인이 이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자신을 비롯한 3부자는 주주로서 권리만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정 명예회장이 이렇게 마음을 굳힌 만큼 현대 계열사는 조속한 시일내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체제를 구축,제 2의 신화를 창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