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통혼례에는 예식 바로 전에 신랑이 기러기를 신부 집에 가져가 바치고 절을 하는 전안이라는 의식이 있다.

이런 상징적 의식을 행하는 이유를 "규합총서"에는 다음과 같이 풀이해 놓았다.

기러기가 계절마다 때맞춰 찾아드는 것은 신의지킬 줄 안다는 것을 말해주고 날때 차례를 지켜 앞에서 울면 뒤에서 화답하는 것은 예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짝을 잃으면 다시 짝을 짓지 않은 것은 절의가 있는 것이고 밤이되면 무리지어 자지만 꼭 하나가 경계하는 것은 지혜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안의식에는 이처럼 부부가 지켜가야할 덕목들이 함축돼 있다.

전통혼례에는 또 합근례라는 의식이 있다.

조롱박을 둘로 쪼개 신랑신부가 함께 술을 마시는 의식이다.

비로서 반쪽 신세를 면하고 완전한 부부가 됐다는 것을 뜻한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도 그런 뜻에서 나왔다.

부부가 아무리 일심동체라 해도 글자 그대로 두 사람이 하나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부부가 신혼초부터 같은 생각,의견 소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터무니 없는 짓이다.

그것은 불가능하고 또한 바람직스런 일도 아닌것 같다.

하지만 부부가 수십년 동안 인간사에 복잡하게 얽힌 그물을 풀려고 노력하면서 살다보면 식성이나 취미는 물론 얼굴까지 닮아간다고들 한다.

좀 과장된 감은 있어도 그만큼 상대방을 사랑해 이해하려고 노력한 탓이리라.

을지대학병원의 고희정 교수가 9백쌍의 부부를 조사한 결과 고혈압 당뇨 비만등 성인병까지도 배우자 끼리 서로 닮아간다는 사실이 드러나 화제가 되고 있다.

배우자가 어떤 성인병에 걸려있으면 상대방도 그병에 걸릴 확률이 높고,특히 병의 호전이나 악화현상도 부부가 비슷하게 변화했다고 한다.

결혼한지 오래된 부부일수록 이런 일치도가 높았다는 것도 재미있다.

부부사이의 돈독한 정까지 쉽게 끊어 버리거나 여색에 빠져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이들에게 깊은 부부의 인연을 되새기게 하는 교훈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