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모습과 인간의 행동을 바꾸는 세가지 역동적 힘은 문화와 제도,그리고 기술이다.

첫째,어떤 사회에 새로운 문화가 유입되면 그것은 기존의 사회를 바꾼다.

문화는 급속히 사회를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때로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저항이 따른다.

문화접변도 일어나지만 유럽문화 때문에 아메리카 인디언 문화가 사라진 것과 같이 소위 문화소멸 현상도 일어난다.

일본영화의 개방을 앞두고 논란이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둘째,새로운 제도의 도입 역시 사회와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킨다.

지금 독일의 남자들은 아내에게 정말 "잘해준다"고 한다.

그 이유는 어떤 사유이든 간에 이혼을 하게 되면 남자가 근무하는 회사에서는 월급의 반을 이혼한 여자의 계좌에 무조건 입금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독일 남자는 이혼당하지 않기 위해 아내에게 물심양면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제도 때문에 독일의 남자들은 결혼을 기피하고 외국 여인과 동거하는 경우가 늘어난다고 한다.

독일의 새로운 법제도는 독일 남자의 행동과 사회를 변화시킨 하나의 예다.

셋째,작은 기술에서부터 큰 기술에 이르기까지 기술이 사회를 바꾸는 것은 금방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기술은 그것이 최초로 개발될 당시의 의도와 목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회를 바꾸기도 한다.

16세기에 발달한 인쇄기술은 전혀 뜻하지 않게 종교혁명을 일으켰다.

루터가 비텐부르크 성당 문에 써붙인 교황에 대한 반박문은 곧 인쇄돼 그 내용이 유럽 전역에 전해졌다.

루터 이전에도 사보나롤라,후스 등 종교개혁가가 많았지만 영향력이 미미했던 것은 그들의 주장이 멀리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인쇄 기술이 종교혁명을 촉발한 셈이다.

또 20세기 초 대량 생산 기술은 각종 내구소비재의 값을 엄청나게 떨어뜨렸고 귀족만이 즐길 수 있었던 자동차를 평민도 탈 수 있게 했다.

21세기 초 세상을 바꾸는 세 가지 기술을 GNR기술이라고 한다.

생명의 비밀을 푸는 유전자 기술 (Genetic engineering) ,지금의 마이크로기술보다 1천배 더 정밀한 나노기술 (Nano technology) ,로봇기술 (Robot engineering) 이 바로 그것이다.

GNR기술은 싫건 좋건,옳은 방향이든 잘못된 방향이든,그리고 사회가 수용하든 거부하든 간에 사회의 모습,특히 기업활동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바뀐 사회의 모습은 공교롭게도 영어 D로 시작된다.

첫째가 탈규제화 (Deregulation) 다.

나노기술을 바탕으로 한층 더 발달된 정보통신기술은 국가도,지방자치단체도,기업도,심지어 가족도 그 구성원을 규제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정보와 돈은 국경도 모르고 조국도 모른다.

둘째는 탈중개화 (Disintermediation) 다.

지금까지 모든 거래에는 중개인과 세일즈맨이 있었는데 그들은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의 정보 차이를 이용하여 돈을 벌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정보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중개인의 역할이 없어지고 세일즈맨도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다.

셋째는 아래.위 사이 계층의 소멸 (De-layer) 이다.

과거 아랫사람이나 비천한 신분의 사람들이 했던,그러나 진정코 하기 싫었던 소위 3D업무는 로봇이 대신하고 있다.

아랫사람 또한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최고경영자와 직접 접촉하므로 정보전달.지시.명령과 감독을 했던 중간계층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넷째,앞으로 유전자 조작과 생명복제기술이 발달하면 사회는 지금까지의 질서가 비정상적인 것이 되고 무질서 (Disorder) 한 것이 오히려 정상적으로 보일 것이다.

산업사회에서 선호되는 말은 일목요연,질서정연,상하의 구분,부서의 구분,국경의 구분,중앙과 지방의 구분,남녀의 구분 등 뚜렷한 질서와 확연한 구분이 중요시됐다.

그러나 GNR기술은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무질서한 사회로 만들어 놓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4D사회에서 아래 위 따지고 자기부서와 타부서를 구분하고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억지로 오랜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

아니 그것은 불가능하다.

누가 살아남는가.

찰스 다윈은 가장 우수한 종 (species) 이 아니라 환경변화에 가장 적응을 잘하는 종이 살아남는다고 했다.

jklee480808@ 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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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

<>서울대 상대 졸업
<>미 보스턴대 교환교수
<>주요저서:21세기 지식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