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에 초파리 게놈이 발표됐다.

이 계획은 기술발전 덕택에 18개월이나 앞당겨 끝낸 것이다.

게놈프로젝트를 앞당긴 것은 90년대 중반에 개발된 두 가지 혁신적인 기술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중간 척도의 지도를 만드는 작업을 생략하고 대단위의 염기순서를 바로 결정할 수 있는 기술이 그중 하나다.

기계를 이용해 DNA를 잘게 자른 후 용량이 크고 빠른 컴퓨터로 DNA조각들의 염기순서를 그림조각 맞추듯 할 수 있게 됐다.

다른 하나가 염기순서를 결정하기 위한 기술이다.

당시까지는 사람이 해야할 일들을 컴퓨터에 연결된 기계가 하도록 많은 과정을 자동화했다.

이제는 거의 모든 단계에 로봇들이 도입됐고 단계마다 관련정보들이 자동으로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된다.

과학자들이 몇주에 걸쳐 할 일을 이제는 컴퓨터 한대가 몇시간안에 처리할 수 있다.

기계가 하기 때문에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도 생기지 않는다.

이 방법이 제안됐을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미래 공상사회의 얘기라고 간주했다.

그런데 지난 95년 감기를 일으키는 박테리아의 게놈이 이런 방식을 이용해 처음으로 발표됐다.

이후 지금까지 비슷한 방법으로 20여개 박테리아의 게놈이 밝혀졌다.

또 96년에는 단세포생물인 효모,98년에는 다세포생물인 지렁이,그리고 지난번에 초파리 게놈이 발표된 것이다.

초파리는 지난 50년대부터 행동 질병 발생학 등을 연구하기 위한 중요한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키우기 쉽고,알에서 부화돼 다시 알을 낳기까지 10일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실험재료로는 안성맞춤이다.

초파리 연구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것도 세차례나 된다.

가장 최근 노벨상을 수상한 연구는 초파리의 초기발생과정을 통해 사람이 기형아를 낳게 되는 원인을 규명한 것이었다.

초파리 연구로 사람과 관련된 사실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그러나 진화학을 연구해온 생물학자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생물들은 같은 유전자를 반복해서 사용한다.

따라서 단순한 생물에서 유전자들의 역할이 밝혀지면 곧바로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 사람에게 발견된 유전자의 역할을 연구할 때 이들 생물을 실험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예를들면 사람의 질병과 연관된 유전자가 발견되면 모델 생물속에 들어있는 유전자를 없애거나 부분적으로 돌연변이를 일으켜 그 유전자의 역할을 밝혀낼 수 있다.

초파리 유전자 중에서 사람에게 유전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가 1백77개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외에도 기억을 향상시키는 유전자,생체시계유전자,수컷이 암컷에게 반응토록 하는 유전자 등이 발견됐다.

이미 예상했던 것처럼 초파리 유전자의 대부분은 사람의 유전자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사람의 게놈은 초파리 것보다 7배 정도밖에 안된다.

사람의 게놈이 완성될 날이 멀지 않았다.

그러나 게놈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생물학의 시작에 불과하다.

천문학적인 양의 유전정보에서 가치있는 정보를 가려내 의학과 생물학에 적용시키려면 컴퓨터전문가와 생물학자들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 조양래 생물학 박사.美스탠퍼드 대학 박사후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