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가 없는 것도 떨어지기만 하는 철인 것 같다.

기업값이 그렇고 관료들도 시세가 없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때 코스닥 주가만큼이나 부풀려졌던 시민운동단체나 386세대 값은 떨어지는 속도나 폭이 더욱 두드러지는 꼴이기도 하다.

너 나 할것 없이 무력감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기야 "30대 처럼 팔팔하기만한 60대이상"이라는 또다른 386세대도 없지만은 않을 모양이지만...

"실패한 관료"라는 신조어가 나오더니"집권창출세력 전면 포진론"도 불거지고 있는 모양이다.

맥락이 이어지는 주장이라고 해석해도 크게 잘못이 아닐 것 같다.

테크노크라트출신 경제장관들이 실패했으니 당인들이 맡아야한다는 주장이라면 그 나름대로 일말의 논리가 없다고 하기 어렵다.

시기적으로 보더라도 그러하다.

집권경험이 없는 만큼 초기에는 테크노크라트들을 쓰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당인들이 제몫을 찾으려 들 것은 당연하다고도 볼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왜 이렇게 피곤하게 느껴지는가.

경제상황이 전적으로 성공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에서,경제장관들을 실패한 관료라고 지칭한 것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오늘의 상황이 빚어지게 된 과정과 이면을 되새겨보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수석경제부처 장관이 그런 경우에 선택해야할 어휘로 "억울하다"는 말이 적절한지는 의문이지만,아마도 억울하기는 억울했을 것 같다.

"공적자금 투입문제는 선거전부터 (정치권에서) 너무 깊이 관여했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하려다 보니까 이렇게 된 것이다"라고 억울함을 토로한 이헌재 재경장관의 말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것은 테크노크라트출신 경제장관과 당간 역학관계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선거를 눈앞에 두고 국가채무논쟁이 뜨거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 밖에 없었겠지만,어쨌든 재경장관의 공적자금 추가조성 불요론은 당쪽 분위기가 원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경제논리에 충실할 수 없는 경제장관,그것은 그가 이미 테크노크라트로서의 장점을 발휘할 수 없는 여건이었다는 설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무력한 경제장관은 경제에 짐이 된다고 보는게 옳다.

경제가 복잡하고 어려운 상활일수록 방향선택을 분명히하는 강력한 조타수가 필요하다.

바로 그런 점에서 "정권과 운명을 같이할 사람",곧 당의 실세들이 행정부의 전면에 포진해야한다는 주장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일면도 결코 없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정권창출세력의 전면포진론이 걱정스럽기만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김대중대통령이 지난번 국무회의에서 "최근 국정에대해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지만,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국정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은 한마디로 너무 많은 것을 동시다발적으로 추구하고있기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고 본다.

이쪽도 파헤치고 저 쪽도 고치려다보니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결과가 나오지않은 상황,그래서 개혁론자들은 이루어지는게 없다고 불만이고 보수계층은 불안해하는 꼴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어떻게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커지면 짜증과 무력감이 팽배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또 새로운 "공사"를 벌일 사람들이 대거 정부로 들어오는 것은 절대로 바람직하지않다.

정치논리에 따른 자의적 경제운용은 지금 이시점에서는 더욱 금물이다.

현정부는 지난2년간 IMF시대를 수습하고 경제를 정상궤도에 올려놓는등 한 일이 많다.

그러나 IMF사태가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다른 평가도 가능하다.

누구도 고통을 감내하기를 거부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기에,역설적인 얘기일지 모르나 오히려 정책선택의 폭도 넓었고 그것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아쉽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경제위기상황에서의 사회복지정책의 확대는 방향이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지만,어려운 계층이 폭증한 상황인 만큼 당연하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그러나 투신등 실적배당상품에 대한 무원칙한 보장등은 한마디로 오류였다고 할 수 있고,그런 저런 정치적 판단이 원칙을 훼손시켜 엄청난 후유증을 낳고있는 국면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툭하면 전면파업위협이 불거지는 상황도 따지고보면 명백한 불법파업에 제대로 대응하지못한 때문이 아닌지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어쨌든 지금은 새로운 개혁에 손대기 보다는 벌여놓은 일을 마무리짓는 것이 긴요하다.

어려운 경제현실에 대한 올바른 상황인식이 관념적인 가치관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정책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개혁에 대한 피로감이 해소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