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982년부터 1995년까지 12년6개월 동안 소니의 사장을 지낸 오가 노리오 현 소니 회장의 일대기를 통해서 플레이스테이션 2로 촉발된 제2차 디지털 혁명의 배경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가서 게임 전문가 고영혁의 PS2 제품과 게임기 시장 전반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첨부했다.

주인공격인 오가 노리오 회장은 원래 기업경영과는 거리가 먼 성악가를 꿈꾸는 젊은이였다.

도쿄 예술대학을 졸업한 후 그는 독일로 유학을 가서 성악가로서의 포부를 키워갔다.

그러나 대학시절부터 그의 사업가적 재질을 간파했던 소니의 창업자인 이부카 마사루와 모리다 아키오는 그가 도쿄 예술대학을 졸업한 날부터 9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그를 끌어오기 위해 끈질긴 구애작전을 폈다.

그 결과 오가 노리오는 29세의 젊은 나이에 소니의 사업본부장으로 전격 영입됐다.

이 책은 입사후 그의 업적을 크게 4개의 분야로 나눠 다루고 있다.

첫째 CBS 소니에 재임하면서 보여준 그의 독특한 경영방식이다.

레코드업계의 오랜 비효율적 관행을 깨고 그는 레코드 반품 범위를 10%내로 제한했다.

동시에 거래 점포와의 대금결제는 모두 현금으로 하도록 했다.

그는 또 스타를 직접 만들어 나간다는 전략으로 젊은 탤런트들을 직접 발굴,요즘 말로 소위 "대박"을 터뜨려 나간다.

물론 이러한 조치들은 엄청난 저항을 초래했다.

그러나 그의 과감한 추진력으로 회사는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

이런 수익은 "디지털 CD"혁명을 위한 든든한 자금이 됐다.

두번째는 그가 디지털 CD혁명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그는 세계적인 CD표준을 만들면서 로열티를 한푼도 안내고 필립스와 제휴하는데 성공,타고난 교섭력과 배짱을 과시했다.

디지털 CD혁명에서 나타난 그의 경영스타일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약간 무리한 목표 설정후 스피드 있는 추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 달성에는 그의 밑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저자는 기술개발시 여러가지 어려웠던 예를 소개하며 소니 성공의 진정한 영웅은 배후에서 자신을 희생해가며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는 성실하고 우직한 일본 기술자들이라는 것을 은연중 암시한다.

세번째는 그가 주도해 미국 컬럼비아 픽처스 영화사를 매수한 것이다.

컬럼비아 픽처스의 매수는 소니가 하드웨어 제조업체에서 소프트 콘텐츠까지 완전히 장악하려는 커다란 전략측면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업적이라 볼 수 있다.

네번째는 서열 14위의 이데이 노부유키를 전격 사장에 발탁한 것이다.

이데이는 오가의 심복이 아니었고,고락을 나누어온 사이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는 차기 소니를 경영할 사람은 이데이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오가는 이사회와 집행간부 제도를 개혁해 의사결정과정을 더욱 신속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장에서는 게임 평론가 고영혁씨가 PS2에 대해서 그 성공요인 및 기기적 사양들,그리고 향후의 전망에 대한 비젼을 제시함으로써 대미를 장식했다.

게임기는 이제 디지털 컨버전스 현상을 대표하며 안방에서 컴퓨터와 경쟁을 하는 제품이 됐다.

이 책은 소니의 성공비밀을 속시원히 밝혀줌과 동시에 게임기를 매개체로 태동하는 새로운 디지털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 이웅희 삼성경제硏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