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구조조정과 관련해 이헌재 재경장관과 이용근 금감위원장이 공적자금투입 은행간 합병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시장자율 구조조정을 외치면서 시간만 끌어오던 기존의 입장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사실 시중에는 금년초부터 은행구조조정과 관련해 공적자금 투입 은행간 합병,우량은행과 공적자금 투입 은행간 합병,중소형 은행간 합병 등 온갖 설이 난무해 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시장자율 구조조정을 외치면서 시간만 끌어 혼란을 방관해 온 면이 없지 않았다.

그 결과 부실은행은 물론이고 우량은행의 주가까지 동반 폭락하는 사태가 초래됐으며,은행구조조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금융시장 불안의 뇌관으로 자리잡게 됐다.

우리는 은행구조조정은 강제퇴출보다는 시장의 힘에 의한 자율구조조정이 바람직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이를 조기 가시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여건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에 대해서 정부가 최대 주주의 입장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오히려 시장자율 운운하는 것은 최대주주로서 책임 있는 자세라 보기 힘들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제시한 공적자금 투입 은행을 금융지주회사로 묶어 단계적으로 합병하는 방안은 최선은 아닐지라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충분히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한 때 거론되기도 했던 우량은행과 공적자금 투입 은행을 통합하는 방안은 우량은행마저 동반 부실화시킬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우량은행이 반대할 경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은 정부가 최대주주인 만큼 상대적으로 추진이 용이한 장점도 있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공적자금 투입 은행합병 방안은 일본의 다이이치간교-후지-니혼고교 은행 합병을 모델로 한 것으로 시간이 걸리는 단점은 있으나 급격한 은행 강제통합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실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통합된 은행을 이끌 지주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에서도 4% 지분제한을 다소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는 있으나 지배주주가 형성될 정도의 지분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은행 경영효율이 향상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금융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 제한완화를 전제로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지주회사로 묶어 통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