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 무디스가 "한국은행산업에 관한 특별보고서"라는걸 통해 한국경제가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으면 다시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한데 이어 금주들어서도 뒤숭숭한 소식만 잇달고 있다.

국제수지와 관련,김대중 대통령이 관계장관들을 질책했다는 얘기고 미국 금리인상영향도 겹쳐 주가는 한때 7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경제위기가 다시 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경제장관들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설도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정말 경제가 위기국면인가.

터무니없이 낙관만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지만 현실을 나쁘게만 보는 것도 보탬이 될 것은 없다.

경제가 심리적 요인에 따라 크게 달라질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바른 상황 인식이 긴요하다.

숫자로 나타난 경제동향만 놓고 본다면 "경제위기론"은 설득력이 없다.

경기상황이 괜찮은데다 선거가 끝나면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아직 현실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가 작년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경상수지가 흑자이고 외환보유고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바로 이런 통계를 토대로 보면 무디스의 경고는 지나친 감이 있다.

다분히 의도적인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그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한전등 공기업민영화를 포함한 한국의 구조조정작업이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관심을 갖는 사안들이고 무디스의 평가가 그런 월가 분위기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점은 간과할 일이 아니다.

IMF사태와 관련된 이른바 "음모론"과도 맥락이 이어지는 이런 유형의 인식은 입증할만한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근거가 없다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어쨌든 외국신용평가기관등의 한국경제보고서는 우리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들어야할 성질의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경제의 앞길이 밝기만 하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태국 인도네시아등 IMF사태를 맞은 다른 아시아국가들의 경제가 급격히 나빠지는 상황으로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의 파장은 우리나라의 수출과 금융시장안정에 큰 짐이 될게 확실하다.

달러강세-엔약세가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은 너무도 분명하지만,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자금 흐름이다.

아시아권 증권시장에 투자됐던 외국인자금들이 상당폭 이탈,미국으로 몰리게 될 것으로 보는게 옳다.

9.5%로 오른 미국 우대금리는 국내 금리와 단순비교하더라도 낮은 수준이 아닌만큼 단기자금의 역류가 빚어질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대외여건이 나빠지고 있다는 그 자체가 아니라 여기에 대응할 마땅한 방법을 찾기가 어려운 국내여건과 분위기다.

단기자금의 역류를 막고 국제수지를 방어하기 위해 우선 생각할 수 있는게 금리인상이지만 경제장관등 정책당국자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증시에 미칠 영향등을 감안하면 그러하다.

정말 정책선택의 폭이 좁고좁은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정책당국자들은 운신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겹쳐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사안들을 사실상 경제부처에서 조율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은 문제다.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사정을 더욱 악화시킬 사회보장지출 확대정책에 이어 <>남편의 출산휴가제 <>휴경농지에 대한 보상성격인 이른바 경작자 직접지불제등의 정책이 과연 거시경제상황에 걸맞은 것인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경제총괄조정기능이 사실상 부재상태인 정부조직의 문제점이 이런 형태로 불거지고있다고도 볼수 있지만,더 근본적인 원인은 팀 플레이를 불가능하게 만든 잦은 개각에서 찾아야 한다.

지금 경제부총리를 두더라도 당장 조정기능이 활성화되고 그래서 경제정책 상호간 혼선이 즉각 시정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반년이 멀다고 갈아치워 "부총리들의 행진"이 빚어졌던 YS시절 기억이 생생하고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 시각으로 보면 또 나돌고 있는 경제팀경질설은 정말 걱정스럽다.

정책선택의 폭도 지극히 좁고 그 위상도 왜소해질대로 왜소해진 상태에서는 경제장관경질 그 자체가 우선 무의미하다.

난마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감안하면,어쩌면 물 건너면서 말 갈아타는 꼴이 될수도 있는 경제팀경질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경제난국을 풀어가려면 경제부총리제를 도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에게 무게를 실어주는 것이 긴요하다.

경제부총리가 경제에 대한 실질적인 조타수가 되게해야 한다.

총리가 "경제는 내가 맡겠다"고 나서는 것이나 경제수석이 지나치게 전면에 나서는 것은 의욕은 평가할 만하지만 꼭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노동.농업.사회복지등 경제전반에 대한 강력한 정책조정기능을 경제부총리에게 맡겨 상황을 풀어나가게 해야할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