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메카인 뉴욕의 맨해튼에서 택시기사에게 나스닥행을 요구하면 십중팔구 행선지를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뉴욕 운전기사 생활로는 여유가 없어 주식투자에 관심을 갖기 힘든 탓도 있지만 나스닥 자체가 가시적인 외양 가꾸기에 신경을 쓰지않은 때문이다.

나스닥은 장터가 필요없는 장외전산매매시장으로 태어난 본성 때문에 "자기 표현"이 힘들었다.

뉴욕증권거래소가 넓은 플로어(장터)에 웅장한 건물을 올린 점과는 대조적이다.

운전기사들이 증권거래소는 눈감고 갈 수 있지만 나스닥은 못찾겠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금년들어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나스닥이 "나스닥을 세계적인 브랜드(상표)로"라는 기치를 내걸고 자기과시에 들어간 것이다.

증시영향력에서 이미 뉴욕증권거래소를 누르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브랜드 전략이다.

실제로 맨해튼에서도 가장 붐비는 핵심지인 타임 스퀘어(미니 광장)에 나스닥을 상징하는 마켓사이트 (Market Site) 라는 심벌빌딩을 만들었다.

한해에 2백만달러가 넘는 임대료를 내면서 얻은 건물을 개성있는 건축물로 개조했다.

3층인 마켓사이트의 입구에 서면 먼저 미니 쇼핑몰이 눈에 들어온다.

넥타이 지갑 만년필 운동복 컵 모자 셔츠 골프공 양말 곰인형등 잡다한 상품이 진열돼있다.

이들 상품에는 하나같이 "나스닥"이라는 브랜드가 새겨져 있다.

또 한개층 전체가 방송장비로 가득차 있다.

세계 유수의 방송사들이 마켓사이트에서 나스닥을 생중계할 수 있도록 나스닥측에서 직접 방송장비와 기자별 독립 부스를 마련했다.

잭 페더 마켓사이트 부실장은 "기자는 몸만 오면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38m 높이의 주식시세판이 마켓사이트 건물 외벽을 휘감고 있다.

세계 최대규모의 시세판이다.

마켓사이트로 인해 나스닥이 일반인에게 친숙한 증시로 거듭날 수 있다는게 페더 부실장의 설명이다.

한국의 코스닥도 미국 나스닥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일반 주부들까지 알고 지내는 "친숙한" 증권시장이 됐다.

주식거래액이 거래소를 추월하면서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그렇지만 서울 여의도의 증권업협회 로비에 옹색하게 붙어있는 주식시세판 하나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코스닥"의 전부라는게 현실이다.

예산계획을 짤 수 없는 것인지,아니면 전략이 결여된 것인지를 따져볼 때가 온 것 같다.

뉴욕=양홍모 기자 yang@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