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남 한국투자신탁 사장이 취임 4개월만에 갑자기 물러나기로 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재정경제부 담당국장이 김종환 대투 사장은 이번 주총에서 물러나고 이 사장은 유임될 것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한지 일주일도 안됐다.

이 사장은 지난 16일 낮까지만 해도 사퇴 얘기를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그는 오후 늦게 "두 투신에 8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부실을 정리하는 마당에 대승적 차원에서 사퇴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정부 어디선가 퇴진압력을 가했음이 거의 확실하다.

금감위 관료들은 사퇴배경을 묻는 질문에 오히려 "이유가 뭐냐"고 반문했다.

재경부에선 고위 관계자가 "간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청와대에선 "신문 보고 알았다"고 해명했다.

이런 말들을 액면대로 들으면 정부가 물러나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그냥 나갔다는 얘기가 된다.

유임시킨다던 이 사장을 도대체 누가 물러나게 했는지에 대해 금감위에선 재경부를 지목하고 재경부는 청와대를 가리키고 청와대는 전혀 아는 바 없다고 서로 발뺌만 한다.

투신업계에선 이 사장이 직접적인 부실책임은 없지만 분위기 쇄신과 공적자금 추가투입에 따른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물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투신 사장이 정부에 대한 비난여론을 무마할 속죄양이 된 것이다.

정부는 속죄양을 신속하게 찾으면서 정작 시급한 인사를 미루는''실책''을 거듭했다.

남궁훈 전 사장이 금통위원으로 옮겨간 지난 12일부터 새 사장이 임명된 이달 16일까지 예금보험공사 사장 자리는 정확히 35일동안 비어 있었다.

그동안 공적자금 추가조성 문제,한투 대투에 넣을 공적자금 재원문제 등 공적자금 집행기관인 예보 사장이 뛰어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닌데도 말이다.

결국 재경부가 1급 간부들을 놓고 누구를 내보낼지 저울질 하느라 늦어졌다고 밖엔 설명이 안된다.

정부가 대주주인 서울은행은 아무런 비전도 없이 행장대행 체제로만 8개월을 끌어왔다.

도이체방크가 겨우 행장후보 2명을 추천했지만 그동안 서울은행의 유.무형의 영업손실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금융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많은 데는 이처럼 정부의 인사난맥이 한몫 했음을 부인키 어려울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정부가 2차 금융개혁을 제대로 매듭지으려면 돈(공적자금)을 넣기에 앞서 인사부터 제대로 해야 하는 게 아닌지 묻고 싶다.

오형규 경제부 기자 ohk@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