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가 발표한 한국 은행산업에 대한 특별보고서 는 적지 않은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되풀이되어 왔음을 고려하면 전혀 새로운 내용은 아니라 하겠으나 그것이 국내은행의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세계적 평가기관의 지적이고 보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라 하겠다.

대우부실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나 금융당국의 일처리가 투명성을 잃어가고 있는 점,그리고 시중은행들이 벤처투자를 크게 늘리는등 과거의 방만한 경영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도 국내외 비판이 집중되는 항목들이다.

뚜렸한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금융기관 2차 구조조정도 지적사항이긴 마찬가지다.

당국은 금융기관들이 시장논리에 입각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해주기를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진척 사항은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40조원이 더필요하다는 공적자금의 조성방법이 오리무중인 것도 금융개혁 일정에 대한 불신감을 높여놓고 있다.

개혁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하겠으나 매듭지어지는 것이 없다보니 점차 공허한 메아리로 변질되는 그런 상황이라는 말이다.

공교롭게도 최근에는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통화가치까지 급락하는등 아시아 외환 위기국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가 일제히 다시 추락하는 양상이다.

자칫 제2의 아시아 통화위기가 도래할 것 같은 분위기이고 그러다보니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국 언론들까지 경쟁적으로 위기재연 가능성을 부풀려 보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 평가기관이나 언론들이 갑작스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과잉반응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미국 증시의 불안이나 금리인상 추세를 감안한다면 개도국들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하겠고,대우자동차등 미국의 거대기업이 관련된 국제입찰이 산적해 있음을 고려하면 그들의 지적이 반드시 순수하다고만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이들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우리로서는 이들 지적사항들을 어느 정도까지 해소해놓는 것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고해서 경제 전분야에 걸쳐 구조개혁 작업을 다시 대대적으로 벌리는 것도 그리 현명한 대처는 아니라고 본다.

미국이 고금리 시대로 접어드는등 국내외 경제기조가 큰 변화를 보이고 있는 만큼 섣부른 개혁일변도 정책은 시장의 불안을 오히려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국은 기왕에 제시되었던 구조조정 과제를 조속히 그리고 분명히 매듭지음으로써 국제사회의 불신을 원천적으로 해소하도록 해야할 것이다.